TV 보는 개

투투 이야기

by Eli

투투를 키우기 전엔 동물 관련 TV 프로그램은 관심 밖이었다. 개가 주인이 되어버린 상황, 보호자의 삶은 안중에도 없이 개만 위하는 모습, 개 때문에 일상이 고역이 되어버린 장면, 왜 굳이 개를 키우는지 알 수 없는 모습 등이 나오는 것은 보는 이의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다 사정이 있겠지만 지켜보는 것이 괴로웠다. 그래서 잘 보지 않았다.


투투와 살다보니 나도 모르게 동물 행동 교정 프로그램은 물론 개와의 친밀한 동거를 보여주는 다큐나 영화 등을 자연스레 챙겨보게 되었다. 개들은 개체마다 고유한 성격이 있어서 종의 특성을 알고 키워야 하며 사람과 동물인 개가 서로 교감을 나누고 가슴 찡한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모습들은 유익한 정보를 넘어 뭉클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더불어 문제 행동을 교정하는 팁도 있어 투투와 지내는데 도움이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그러한 내용의 프로그램이나 영상을 보고 있을 때 반응하는 투투의 모습이다. TV에 나오는 동물들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은 물론 짖기도 하고 때론 소파에서 뛰어 내려와 TV 앞에 바짝 다가가 냄새를 맡기도 한다. 보통의 시끌벅적한 TV 프로그램엔 반응이 없는데 개들은 물론이고 고양이나 원숭이 기타 동물이 나오면 눈을 반짝이며 화면을 바라본다.


투투 눈이 커졌다
TV 속으로 들어갈라

원숭이들을 테마로 한 해외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었는데 투투가 TV 앞에 바짝 다가앉더니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본다. 때로 화면을 향해 혀를 날름 거리기도 하고 코를 갖다 대기도 하더니 '우와~~ 신기한 동물들인 걸' 하는 눈빛으로 꽤 긴 시간 동안 열혈 시청을 했다. 커다란 뱀이 나오거나 악어가 나오는 장면에선 꼬리를 내리고 거실 테이블 아래로 몸을 숨긴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눈으로 바닥에 엎드린 채 TV를 주시한다. 녀석, 무서운 거다.


동물 행동 교정 전문가에 따르면 생후 3개월 이내 같은 형제들과 자랐거나 다른 동물들과 접한 경험의 유무가 개들의 사회성을 좌우한다고 한다. 투투는 우리와 지내기 전 두 달여 동안 제 형제들은 물론 고양이들까지 함께 뒹굴며 지냈다. 덕분에 사회성이 나쁘지 않다. 그래서인지 TV에 동물들이 나오면 놀던 장난감도 뒷전인 채 화면을 응시한다. 자신과 같은 동물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투투를 보며 함께 놀 친구가 없는 여건에 마음이 쓰인다. 그래서 동물 다큐를 가끔 틀어놓는다. 그럴 때마다 투투는 열혈 시청자 아니 시청견이 된다.


민박집 개들을 보려고 이 자세로 5분 넘게 푹 빠짐

개들이 마당에서 뛰어노는 민박집 이야기를 열심히 보고있던 투투, TV를 껐더니 뒤돌아 나를 본다. 뭐야, 왜?왜 껐는데? 하는 얼굴이다.

"ㅎㅎ 투투 TV 보는구나, 재밌니?"

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듯싶더니 툭 내려간다. 성의 없는 꼬리 흔들기다.

"다시 틀어줄까?"

꼬리를 빠르게 흔드는 투투.

화면이 움직이자 한숨을 푹 쉬고는 자세를 고쳐 편하게 앉는다. 장난기가 생긴다. 어쩌나 보려고 화면을 정지했더니 휙 뒤돌아 본다. 그러는 건데? 하는 얼굴이다.

"오, 쏘리! ㅋㅋㅋ"


애니메이션 열혈 시청 중

투투, 오늘은 애니메이션 볼까? <화이트 팽>이라는 늑대 얘긴데... 뭐? 스포는 사양한다구? ㅎㅎ 알았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눈은 화면에 고정한 채 내 손을 건성으로 핥는다. 무서운 늑대의 무리가 나오니 벌떡 일어난다.

"뭐? 가서 한 판 붙게?"

녀석 아주 제대로 몰입이다.


"투투, 그거 다 보고 거실의 장난감 치워라. 알겠지?"

투투 또 성의 없는 꼬리만 올라갔다 툭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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