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투가 냄새를 맡는다. 킁킁거리며 땅을 훑는다. 킁킁거리는 녀석 몸의 진동이 고스란히 내 손에 전해진다. 털이 흔들리고 배가 불룩불룩해지고 등의 근육이 실룩거린다.
" 킁킁킁킁 킁킁킁킁 "
투투에게 냄새 맡기는 어떤 의미일까. 어떤 곳의 냄새는 쓱~ 맡고 지나가고 어떤 곳의 냄새는 아주 면밀하게 맡는다. 맡고 또 맡고 부족했는지 뒤돌아섰다가 다시 맡기도 한다. 대개 그런 곳은 다른 개들의 배설물이 있다. 비교적 자세히 냄새를 맡는 곳은 다른 개가 영역표시로 오줌을 눈 곳이다. 그런 곳에선 마치 다른 개의 냄새를 덮어버리겠다는 듯 투투도 길게 오줌을 눈다. 투투는 냄새를 맡으며 다른 개를 확인하고 제 존재의 정보도 뿌려놓는 것 같다.
내가 외출하고 돌아오면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 하는 헌병처럼 내 다리에 붙어 냄새를 맡는데 이것 역시 어떤 정보들을 확인하는 것 같다.
'음, 엄마가 시장에 다녀왔군. 여러 가지 냄새가 나. 생선 냄새가 제일 강하게 나는 군. 우리 집 냄새와 완전 다른 걸' '아니, 이것은 햄버거 냄새잖아. 와우~빨리 주세요. 설마 지난번처럼 형만 주는 거 아니죠?'
ㅎㅎㅎ 미안하다. 투투, 햄버거는 형 줄 거야.
실제로 개들은 산책을 통한 냄새 맡기에서 바깥 정보를 확인하고 자신의 정보 또한 알린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사회성을 기르며 두려움을 극복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책을 하는 개들은 분리불안이나 스트레스가 적어 문제행동을 덜 하게 된단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밥을 챙겨주는 사람을 주인으로 여기기보다 산책을 리드하는 사람을 주인으로 인정하는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산책이 밥보다 중요한 의미라는 거다. 투투, 너도 그러니? 산책도 밥도 다 중요하다고? ㅋ
"착착착 착착착"
발소리에 맞춰 투투의 엉덩이가 매우 경쾌하다. 걷다가 멈추면 앞에 사람이 있는 것이고 갑자기 걸음이 빨라지면 주변에 개가 있다는 거다. 커다란 백구를 만나도 투투는 쫄지 않는다. 백구의 절반도 안 되는 놈이 도대체 뭘 믿고 으르렁 거리는지! 잘 생긴 백구 앞에서 '야, 맞짱 떠' 하는 태도로 가슴이 불룩해진다. 정말 하룻강아지 백구 무서운줄 모르는 투투. 백구 주인이 웃으며 "너 애기구나"한다. 백구 다행히 투투에게 관심이 없다.
"킁킁킁킁 킁킁킁킁"
투투의 입과 코가 땅에 붙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절대 땅에 닿지는 않는다. 투투가 킁킁거릴 때마다 투투의 콧김이 닿는 곳에 가볍게 바람이 인다. 투투의 냄새 맡는 행위는 코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다. 온몸으로 냄새를 감지하는 것 같다. 코 주변의 주둥이 부분도 끊임없이 실룩거리며 멈추지 않는다. 추측해 보건대 투투는 전인, 아니 전견적으로 냄새 맡기에 몰입하는 것 같다.
행복한 얼굴로 때론 진지한 눈빛으로 공기를 킁킁대고 혀를 날름거린다. 드문드문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고 또 나를 돌아본다. 부르면 귀를 눕히고 달려와 손을 핥는다. 공기를 먹는 것일까. 혀를 내밀어 바람 부는 방향으로 향하곤 "하~흡, 하~흡" 소리를 낸다. 코를 찡긋거리고 고개를 살짝살짝 흔든다. 투투는 산책을 만끽한다.
꽃은 지나치는 법이 없다. 꽃 깊숙이 코를 찔러놓고 냄새를 맡아 때로 투투 코에 노란 꽃가루가 묻는다. 그럴 때면 나는 녀석의 코에 내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다. 물기 가득한 투투 코에서 예쁜 냄새가 난다.
사진을 아는 거니?
투투는 숲에 난 구멍을 좋아한다. 구멍에 코를 박곤 발로 "파바박 "파는데 그 행동이 얼마나 리듬 있고 힘찬지 흙은 저 멀리 튀고 구멍은 순식간에 커진다. 투투가 파낸 구멍에서 축축하고 진한 숲의 향이 풍긴다. 애기똥풀 냄새도 맡고 나비를 쫓는가 했는데 헉, 투투 입에서 벌 한 마리가 혼쭐 난 모습으로 기어 나온다. 투투!! 뭘 먹은 거니?? 제발 아무거나 먹지 마!
개망초 어린순은 어찌 알고 따먹을까. 작년 가을에 떨어진 도토리 쭉정이를 날름 집어먹다 퉤, 뱉는다. 그 모습이 우스워 다시 도토리를 집어주었더니 도로 퉤, 뱉는다. ㅎㅎ 녀석, 천재야!갑자기 투투가 뛴다. 투투 앞에서 나뭇잎이 데구루루 굴러간다.바람이 휙 불어 쫓던 나뭇잎이 골짜기로 떨어지자 서서 바라보더니 날 돌아본다.
뒤따라오던 투투의 줄이 묵직하다. 무슨 냄새를 맡나 돌아보니 숲길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다. 우산을 거꾸로 뒤집어놓은 모양의 커다란 양치식물들이 산기슭 가득 펼쳐져 있다. 녀석 눈에도 신기한가 보다.
" 멋있지? 이상한 행성에 온 거 같지? 사진 찍자"
내 말을 듣던 투투 그렇다는 듯 폴짝 뛰어 내게 안긴다.
커다란 양치식물 군락지를 바라보는 투투
좁은 숲길에서 만난 사람들 먼저 가시라 길 한쪽으로 비켜설 줄도 알고 약수터 물을 보면 좋아라 하는 투투." 찹찹찹 찹찹찹 " 달게도 마신다. 제법 널찍한 터가 있어 줄을 풀어주니 나비를 따라다니며 실컷 뛴다. 남자 등산객이 나타나자 꼬리를 내리고 내게 뛰어와 으르렁거린다. 날 지켜주는 거니? ㅋ 내 뒤에 숨어서?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무서워하는 투투. 나도 그래. 사람이 좋으면서도 가끔 무섭고 싫어진단다. 하지만 우린 친하게 지내야 돼. 미리 겁 먹지는 말자.
집에 돌아와 씻고 난 투투, 느긋한 눈빛으로 소파에 올라가 존다. 언제부터인가 투투의 행복한 표정이 내게 큰 만족을 주고 있다. 투투와 산책을 하면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생각들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다. 홀로 산책할 때와 달리 투투와의 산책은 쓸데없는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