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투의 털 빠짐

투투 이야기

by Eli

청소기가 고장 나서 오랜만에 시내로 외출을 했다. 서비스 센터를 알아보고 장소를 검색한 뒤 주차장이 있는지 확인을 했다. 청소기를 들고 올라가니 아파트 현관처럼 번호키를 누르라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빌딩 전체가 방문객을 통제하고 있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구입한 지 1년밖에 안 된 물건인데 빨리 망가졌다며 청소를 많이 하냐고 물었다. 강아지 때문에 하루에 열 번쯤 한다고 하니 센터 직원이 놀란다.


투투와 함께 살면서 힘든 것 중의 하나는 바로 녀석의 털 빠짐이다. 투투의 다리털은 짧고 나머지 몸의 대부분은 긴 털이다. 배냇 털이 빠지면 안 빠지겠지 했는데 그 후로도 털 빠짐은 계속되고 있다. 털을 밀어주려고 하니 다시 자라지 않을 수 있다며 깎으면 안 된단다. 주기적으로 털을 깎아줘야 하는 종이 아니란다. 털이 없다면 투투는 여름에도 겨울에도 견디기 힘들 것이라 했다.


투투가 몸을 털면 털이 부스스 날린다. 즉시 소형 청소기로 주변을 청소한다. 장난감을 가지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또 청소기를 돌린다. 아침, 저녁엔 물론 당연히 청소를 한다. 일반, 소형, 물걸레 등 청소기도 다양하게 갖추었다. 투투가 한두 번 지나다닌 곳엔 어김없이 반짝이는 투투의 털이 보인다. 강박도 생겨 털을 잘 찾아내기 위해 밤에는 불을 끄고 청소기를 돌린다. 환한 불빛보다 청소기의 조명에 털이 잘 보여서 후련하게 청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할 거야, 라고 말하면 투투는 얌전히 자신의 아지트로 들어간다.


투투와 신체 접촉을 하고 나면 또 돌돌이로 옷에 묻은 털을 제거한다. 돌돌이의 접착테이프는 3, 4일이면 새것으로 교체해야 하고 청소기의 먼지망엔 반나절도 안 되어 믿기 어려운 양의 털이 가득 찬다.


이 장갑은 털빗보다 낫다
네 번 쓰다듬으면 이만큼 나온다 ㅠㅠ

제일 괴로운 것은 콧물과 재채기다. 특히 아침에 가장 심하다. 콧물이 흐르고 재채기가 나와 정신이 없다. 남편과 나는 연신 재채기를 하면서 번갈아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에 털이 붙어 있는지 검수를 한 후 세탁기에 넣는 생활을 하고 있다. 남편은 내가 원하면 당장에라도 투투를 마당에 내놓을 심산이다. 그러나 마당엔 블랙탄 탱이가 있고 투투 또한 집안에서 사는 데 익숙해져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개를 키우는데 주저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털 빠짐이다.


다른 사람들의 반려동물은 어떨까. 털 많은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우리와 비슷한 고충을 겪거나 혹은 더 심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고 있다. 2022년 3월 최근 정부 통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700만 명이며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인구까지 추산하면 1500만 명 이상일 것이라고 한다.


개의 털은 체온을 조절하며 신체를 보호하고 정체를 숨기기 위한 위장과 감각 기관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생존 조건이다. 투투와 같은 동물들은 털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보통 개들은 봄과 가을에 털갈이를 한다. 봄의 털갈이는 발열이 목적이며 가을 털갈이는 보온을 위한 것이다. 개는 여름에 더욱 털이 필요하다. 털 때문에 더울 거라는 것은 인간의 생각이다. 땀구멍이 없는 피부는 털에 덥혀 있어야 안전하며 모기, 파리와 같은 벌레들을 감지하고 그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것도 털이 하는 일이다. 그런데 실내에서 생활하는 투투는 체온 조절을 할 필요가 없으니 사람들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처럼 늘 털이 빠지는 것이고 사람보다 털이 많으니 그만큼 많이 빠지는 것이다.


투투를 키우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엔 측은지심이 앞서 매우 단순하게 생각했다. 배변이라든가, 예방 및 각종 접종, 털 빠짐, 산책, 놀아주기, 분리불안, 짖음, 양육 비용 등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개 성격까지 고려하며 양육을 결정해야 한다는데 그러긴커녕 아무 생각이 없었다. 무식하면 용감해지는 거 맞다. 만일 투투를 키우겠다고 할 때 이런 것들을 미리 생각했다면 나는 투투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마당에서 개를 키우고 있었지만 집안에서 개와 함께 생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염두에 두었든 아니든 간에 투투를 받아들인 것에는 투투의 털 빠짐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대상을 사랑하고 아끼는데 그 대상의 A는 좋으니 A만 받아들이고 B는 싫다며 내칠 수는 없다.


사랑하는 대상이 지닌 예쁜 면모와 미운 면모를 구별해 예쁜 것만 사랑하겠다고 하는 일은 사실 불가능하다. 사랑을 할 때 우리는 그 사랑이 지니고 있는 미운 것까지도 예쁘게 보는 콩깍지를 제 눈에 스스로 씌우고 상대를 받아들인다.


투투가 털만 빠지지 않는다면 다른 것은 괜찮을까. 일일이 밖으로 데리고 나가 배변을 보도록 하는 것, 손님이 왔을 때 짖는 것, 외출과 여행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집안이 어질러지는 것, 일정 공간을 할애해야 하는 것, 적지 않은 양육 비용이 발생하는 것, 개를 좋아하지 않는 가족과의 마찰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은 언제든 어떤 것으로든 일어날 수 있다. 누군가는 '개, 함부로 키우지 맙시다.'라고 말하지 않든가. 개든 고양이든 살아있는 생물은 함부로 키우면 안 된다. 양육을 결정할 때 정말 신중해야 한다. 앞에서 열거한 것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투투의 털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별 뾰족한 것은 없다. 투투는 개가 아닌가. 털 빠짐은 당연한 것.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최선의 해결책이 될 것이고 질 좋은 청소 도구를 사용하여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 또한 필요한 최선일 것이다.


속도 없이 좋다고 꼬리 치는 투투.

하루 종일 함께 있어도 언제나 좋아해 주는 투투.

엄마 껌딱지 투투. 이토록 온전히 내게 집중하는 투투.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 열심히 듣는 투투

"투투야, 엄마가 고민이 많아. 네 털 때문에 힘들어. 청소하기도 힘들고 엄마의 강박과도 싸워야 하고. 형아 침대는 털투성이야. 아빠가 널 밖에 내놓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좋은 생각이 있으면 말해 줄래? 네 털은 너도 어쩔 수 없다고? 그럼 청소기라도 해 줄래??"


무슨 말인지 아는 걸까. ㅎㅎㅎ 고개를 갸우뚱하는 각도가 평소보다 크게 꺾인다. 그것도 잠시, 좋다고 폴짝 안기는 바람에 또 털을 잔뜩 묻혀 놓는다. 그리고 제 장난감들을 들이밀며 주둥이로 나를 찔러댄다. 결국 "엣취~엣취~ 훌쩍~" 재채기 소리에 놀라 물고 있던 장난감을 떨어뜨리고 날 올려다보는 투투.

투투, 에헤취!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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