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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Jul 29. 2022

루드베키아 꽃과 우체통

어반 그리고 쓰다


이른 저녁을 먹고 편안한 옷차림으로 동네를 어슬렁 거리는데 살던 집을 다시 리모델링하여 모습이 바뀐 집들이 눈에 띄었다. 밋밋한 크림색 페인트로 색을 칠했던 집이었는데 벽돌로 다시 외벽을 바르고 대문과 철제 펜스로 말끔하게 새 단장을 했다. 처음엔 새로 집을 지었나 했는데 예전에 있던 집이었다. 대문 한쪽에 노란 루드베키아가 한 무리 소담하게 피어있고 빨간 우체통이 '나 새것이에요'하며 서 있다. 해 지기 전 담벼락에 비친 노을 때문에 꽃이 환했다.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집에 돌아와 그렸다.


요즘은 수채로 채색하는 것보다 더 시간이 걸리는 색연필 작업이 좋다. 밑그림을 그리고 색연필로 색을 입히다 보면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잡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오로지 색을 입히고 색을 통해 표현하려고 하는 것 밖에 없으니 흔치 않은 몰입이다. 이 그림의 채색은 힘을 빼고 무겁지 않게 그렸다. 회색 벽돌이 맑은 느낌을 주었는데 그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다. 부족하고 맘에 안 드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어서 생략한다. 다만 거듭 생각해도 그림을 그리는 것은 참으로 복되도다!


목왕리 주택-루드베키아와 우체통. 파브리아노 300. 14.8×21cm 파버 카스텔 색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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