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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Mar 03. 2023

남편을 기다리며

색연필 그림일기 2


벼르고 벼른 남편의 치과 치료.

무려 21개의 이를 갈아 넣어야 한다.

임플란트만 16개.


남편의 엑스레이 사진을 본 후

화장실에 가서 몰래 울었다.

저런 이로 어떻게 하루하루 살았을까.

남편은 지독히도 견디는 법 밖에 몰랐다.

그가 그랬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으나

그의 엑스레이 사진은

사실을 뛰어넘는 생생한 아픔이었고

나는 그 아픔의 얼굴을 비로소 본 것이었다.


치료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과정 동안

그는 또 내내 고통을 견딜 것이다.

치료가 시작되는 날

나는 그와 동행하고 싶었다.

마땅히 내가 할 일은 없지만

그가 치료하는 동안 그를 기다려 주고 싶었다.


카페에서 차 한 잔 놓고 책을 읽으려고 했지만

커피는 쓰디쓰고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남편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하릴없이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무력하게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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