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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Apr 15. 2023

네 덕분에

투투 이야기



잠든 네 얼굴.

방비의 연민한 모습,

눈 감고 쌕쌕거리는 투투.

착하구나.


할머니 생각, 형아들 생각, 돈 생각...

여러 갈래로 들끓는 엄마 마음이

네 덕분에

하고 착하게 가라앉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까만 발바닥이 천진한 투투.

발의 냄새를 맡아본다.

고소한 꼬순내가 난다.

너의 발냄새는 귀여움이구나.



축축하고 차가운 너의 코.

네 코가 얼굴이나 팔, 다리에 닿을 때

차가운 물기가 '쿡'하며 피부에 닿을 때

축축하고 차가운 느낌이 너무 좋아.

네 코에 엄마의 코를 대며 자꾸만 그 차가움을 느끼고 싶어. 그 차가움은 차가움이 아니란다.

그건 사랑스러움이야.

너는 그 코로 엄마의 다리를  찌르며 

물고 온 공을 떨구곤 혀를 내밀고 '헤헤' 웃는다.


그러면 엄마는 너를 놀리고 싶어 져서 '닦자'라고 말하지. 헤헤 웃던 너는 '이 닦자'는 말에 화들짝 놀라 두 귀가 납작해져선 책상 밑으로 줄행랑을 친다. 그 모습이 우스워 엄마는 자꾸 '이 닦자'라고 하고.


'이 닦자'는 말은 어찌 그렇게 잘 알아들을까.

'나가자'는 말, '간식 먹자'는 말은 또 어떻고.

그런데 투투야.

간식과  밥에 대한 너의 반응은 너무도 다르더구나.


날마다 밤을 새우는 아들을 걱정하며 잠을 설치는 엄마도 치료 중이라 이가 없는 아빠도

그런 너를 보며 걱정 없는 사람들처럼,

속 없는 푼수처럼 웃는다.

뭐가 많은데 그 뭔가를 잊고

너를 보며 네 덕분에

빠도 엄마도 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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