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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May 19. 2023

투투는 시위 중!

투투 이야기


투투는 시위 중이다. 간식통이 있는 다용도실을 향해 바위처럼 앉아 있다. 가끔 추임새로 낑낑, 끙끙 거리며 엄마를 흘끔, 아빠를 끔거리며 간식을 달라고 조르고 있다. 투투의 눈이 엄마의 움직임을 따라다니며 간절한 신호를 보낸다.


아빠, 엄마는 투투를 투명견 취급을 하기로 했다. 한 마디로 개 무시다.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음을 알았는지 더 애절하고 불쌍한 눈빛을 엄마에게 보내다가  "멍!"하고 크게 한 번 짖는다.


이 녀석아, 소용없어. 밥은 안 먹고 간식만 달라고 하어쩌누. 한참을 문 앞에 앉아 있던 투투가  슬금슬금 테이블 밑으로 가 엎드린다. "털푸덕"거리며 앉는 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들린다. 돌아보니 투투 눈의 흰자위가 절반을 넘어서 있다. 어, 투투, 눈이 너무 불경하구나. 혼을 내자 "푸~"하는 한숨소리를 뱉고 몸을 동그랗게 말더니 머리를 다리 사이로 넣고 눈을 감는다.


새초롬하게 엎드려 있던 녀석, 갑자기 벌떡 일어나 밥을 먹고는 엄마 앞에 헤헤 거리앉아 나가자고 한다. 나가서 볼 일을 보고 들어온 투투에게 잘했다고 간식을 주니 꼬리가 끊어질 듯 흔들며 좋아한다. 그런데! 저녁 설거지를 하고 돌아서니 다용도실 문 앞에 망부석처럼 앉아있다.

 

어허, 이 녀석이!

투투야, 간식은 가끔 먹는 거야. 오늘 간식은 끝이란다. 이제 그만! 손바닥을 투투에게 보이니 투투, 알아들은 걸까. 쿨한 뒤태로 돌아서더니 제 집에 둔 공을 물고 온다. 문을 벅벅 긁으며 더 조를수도 있는데 공놀이로 기분을 바꾸겠다는 거니? 어떤 사람들은 자기 욕심을 채워도 채워도 만족할 줄 모르는데 는 포기할 줄 아는구나. 

투투 훌륭하다!


간식 있는 다용도실을 노려보고 있다
간식 달라고 시위 중, 한참을 이러고 있다
스트레스로 하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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