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 거짓말. 엄마는 금방 온다고 하지만 난 한참 기다린다고요. 우리 개들의 시간은 사람보다 5배가 빠르다구요. 엄마가 나가고 없는 2-3시간은 내게 10시간 그 이상이라구요. 끄응~ 엄마는 사람이니 우리 개들의 시간을 알 리가 없겠죠. 이해해 드릴게요. 그치만 엄마 안 나가면 안 돼요?'
"투투야, 눈이 왜 그러니? 엄마 나가는 거 싫어요?"
'헐~정말 몰라서 묻나?'
"투투야, 심심하다고 집안 어질러 놓으면 안 돼."
'엄마, 제가 언제 집안을 어지럽히든가요? 저는요, 그렇게 막무가내 개가 아니에요. 이 집은 내 집이라구요. 저는 TV에 나오는 그 이상한 문제견들과 다른 개라구요.'
투투는 전선을 씹어놓는다거나 슬리퍼를 물어뜯는다거나 가구 다리를 못 쓰게 하지 않는다. 엄마가 외출하면 아빠가 계셔도 형아가 있어도 얌전히 잠을 자며 엄마를 기다린다. 그러다 엄마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 자던 투투는 벌떡 달려 나가 현관 앞에 꼬리를 흔들고 앉아 기다린다. 잠시 후 대문 여는 소리가 나면 엉덩이 춤으로 현관문 유리를 긁으며 안달을 하다가 드디어 엄마가 들어오면 신음소리를 내며 좋아한다. 아빠랑 형아가 외출에서 돌아올 때도 비슷하다. 다만 반기는 정도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언제나 매 번 집으로 돌아온 가족을 격하게 반기며 환영하는 식구는 투투뿐이다.
가방을 챙기는 엄마를 보던 투투가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치켜뜬 채 바닥에 엎드린다.
수영이든 라이딩이든 장보기든 투투랑 같이 하면 좋을 텐데... 오늘따라 투투의 눈이 조금 화가 난 듯도 하고 그만큼 우울해 보이기도 하는 건 뭘까.
"투투야, 오늘은 정말 일찍 올게. 수영하고 도서관 들렀다가만 올 거야. 친구들이랑 커피도 안 마시고 언능 올게. 진짜야."
투투, 알았다는 듯 저를 쓰다듬는 엄마 손을 쓱 핥곤 다시 엎드린다. 투투는 나가는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고 엎드려 있다. 아휴, 녀석.... 진짜루 금방 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