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대환장 제주 여행기 2부 - 해안도로 라이딩

어반 스케치 그리고 쓰다

by Eli

렌트카를 인수받고 나니 8시 10분. 배가 고파 속이 쓰렸고 잠을 자지 못해 머리는 띵했다. 숙소 체크 인은 오후 4시. 워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체크 인 전까지 우리는 식사를 하고 해안을 산책하기로 했다. 첫 식사는 공항 주변의 고기국수. 주도 흑돼지를 듬뿍 올려 준다며 GPT가 한 음식이었다. 아침인데도 손님이 많았고 국수는 기다렸다는 듯 금방 나왔다. 설렁탕 국물에 소면을 넣고 돼지고기 수육을 올린 풍성한 음식이었다. 문제는 돼지 누린내가 많이 나서 비위에 맞지 않았고 이 너무 많았다. 고기 없는 새콤한 비빔국수가 차라리 나았다. 친구의 비빔국수를 더 많이 뺏어 먹은 식사는 참 아쉬웠다. GPT가 잘못했네, 하며 차로 돌아오니 10시. 아직도 오전. 하루가 무지하게 길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커피를 마시자고 했고 소에서 가까운 카페로 향했다. 커피보다는 뷰 맛집이었다. 현무암의 넓적한 바위들이 펼쳐져 있고 바다와 만나는 곳은 절벽이었다. 거뭇한 현무암과 어우러진 옥색의 바다는 매우 맑았다. 바위 위에 서니 바람이 불었고 제주의 냄새가 났다. 아, 이게 제주 바다구나... 예쁘다! 바다에 오면 왜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걸까. 현무암 때문일까. 맑고 투명하게 옥색을 띤 제주 바다는 더 특별했다. 바다에 잠긴 현무암 위로 바닷물이 찰랑거렸다. 마음이 몽글거리며 바다처럼 넓어졌다.



"여러분, 아직도 오전입니다. 아직 12시도 되지 않았어요. 우리에겐 시간이 많습니다. 캬하하하"

친구들이 모두 웃었다. 햇살이 제법 뜨거웠다. 수영이나 하러 가자! 체크인 시간이 다가오자 마트에서 장을 본 후 제주시 체육센터 수영장으로 갔다. 수영장엔 사람이 많아서인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수영을 하고 나니 피로가 풀리며 몸이 나른해진 우리는 쉬고 싶었다. 게다가 나는 몸이 이상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팠다. 숙소에 오자 마자 누우니 다들 염려했다. 괜찮아. 좀 쉬면 돼요. 하루가 너무 길었던 탓이었다.


전날과 다르게 컨디션을 회복한 우리는 누룽지를 끓여 먹고 라이딩을 하러 갔다. 나름 유명한 렌털샵이었다. 직원들은 친절했다. 우리는 전기 자전거와 스쿠터를 빌려 풍차가 줄지어 선 해안을 따라 달렸다. 앞서 가던 친구가 야호, 하자 모두 뒤따라 한 팔을 들고 야호 했다. 나도 야호~~~! 바람도 시원, 눈도 시원, 마음도 시원. 풍경은 말해 뭐 해. 파란색 선을 따라가니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도로는 한가했다.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M 씨의 어머니 강여사님은 자칭 개딸인 S 씨가 스쿠터 뒤에 태웠다. 슬쩍 두 사람을 보니 연인처럼 꼭 붙은 채 바람을 맞으며 웃고 있었다.


그런데 전기 자전거가 왜 안 나가냐? 뭐 잘못된 거 아냐? 낑낑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며 투덜거리자 언제 왔는지 H 씨가 지나가며 한 마디 한다.

"바브야, 전원을 켜야지~~ㅋㅋㅋ"

"엌"

" 언니~~ 크크크. 먼저 가요오~. ㅋㅋㅋ"

항상 느린 M 씨마저 나를 지나쳐 가 버린다. 아, 이런. 전원을 켜야 하는 거였어. ㅋㅋㅋ 오~~ 잘 나간다. 시속 27km. 야호! 제주 해안 라이딩은 ㅋㅋㅋ였다. 별 일 아닌데 키득거리고 손뼉을 치며 웃었다. 따라 펼쳐진 바다를 보며 해안을 따라 자전거 일주를 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주도 자전거 해안도로의 길이는 234Km. 젊은 이들은 1박 2일이면 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나이가 있으니 2박 3일이면 되지 않을까? 엇, 이거 또 하는 거 아냐? 쉿! 들을라. 반납하러 돌아간 렌털샵 사장님이 우리를 보며 박수를 쳐주었다. 라이딩하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2,30대 젊은 이들. 우리 같은 60대는 드문지 무사히 오셨다며 엄지를 치켜준다. 뭐, 이까이 껄 가지구. 다음에 또 올게요. 다음에 또? 차로 돌아오는데 S 씨가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너어무~ 재밌었어. 우리 자전거로 해안도로 일주하는 것도 좋을 거 같아. 다음에 꼭 해 보자. 어때?"

허걱!

"이 사람아, 어때는 물고기떼여~".

"뭐래니? 애들에게 그 농담은 하지 마라. 욕먹는다."

"ㅋㅋ 이미 먹어서 배 불러."

"ㅋㅋㅋ"



시간은 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뭐야, 어제는 시간이 안 가더니 오늘은 겁나 빨리 가네. 밥 먹으러 가자. 이번엔 직접 고른 식당으로 갔다. 밥과 면, 죽이 메뉴인 곳이었는데 제주 여행 중 먹은 음식 중에서 가장 좋았다. 다음에 다시 가자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모두 만족해서 기뻤다.



자전거 탔으니 어디를 갈 것이냐? 수영하러 가야지. 오, 이런~어쩌냐. 제주도 내 수영장은 대부분 화요일이 휴관이었고 마침 화요일이었다. 할 수 없지. 차선책으로 좀 비싸지만 호텔로 가자. 호텔 수영장은 입장료가 28,000원이었다. 야외 풀도 있다고 해서 왔는데, 아직 시즌 전이라고 야외 풀은 개방하지 않았다. 아주 아담한 풀에서 (물깊이는 130cm) 어린이 두 명과 함께 우리는 수영, 아니 재미있게 놀았다. 아롱다롱 보석을 깔아놓은 듯 햇빛이 스며들어 풀 바닥에 가득 깔렸다.


호텔을 나와 동문시장으로 갔다. 관광객들이 많았다. 음식 부스마다 젊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쩌렁쩌렁 호객하는 목소리가 시장의 활기를 이끌었다. 몇 가지 음식과 와인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와인 따개가 없다!


(3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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