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투 이야기
이것이 무엇이냐. 담요 한 개는 충분히 만들고도 남겠습니다. 요즘 투투는 털갈이 중입니다. 아침 산책 후 기분 좋게 들어온 투투는 엄마에게 또 붙들렸습니다. 털을 빗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하~~.... 털이 빠져도 너무 빠집니다.
투투는 일 년 내내 털이 빠집니다. 12월에서 3월까지는 아주 조금 빠집니다. 끌어안았을 때 옷에 털이 많이 묻지 않거든요. 그러다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눈에 띄게 빠지기 시작합니다. 집안 구석에 털이 뭉쳐있기도 합니다. 하지가 지났습니다. 이제 진짜 여름이 시작됐어. 투투야, 너 더워서 어쩌니, 하며 등을 쓰다듬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쓰다듬었을 뿐인데 털이 많이, 아주 많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털갈이를 시작한 투투는 자주 몸을 털어댑니다. 그러면 엄마는 빗을 들고 투투는 도망갑니다. 주로 산책하고 돌아왔을 때 마당에서 빗어줍니다. 털이 날려도 상관없으니까요. 요즘은 하루에 두 번 빗어주는데 그때마다 털이 어마어마하게 빠집니다.
아침에 잠깐 빗고 나온 결과물입니다. 놀라지 마세요. 이것의 세 배쯤 되는 양이 하루 빗을 때마다 나옵니다. 이러다 털이 없는 강아지가 되는 건 아니겠지요.
여러 번의 아이템을 거쳐 정착한 두 개의 빗입니다. 그런데 투투는 보라색 빗을 싫어하고 파란색 빗은 그나마 협조를 잘 합니다. 보라색 빗으로 빗을 때마다 근육이 움찔움찔하며 도망을 가곤 합니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보라색 빗이 아주 편하고 속이 시원할 정도로 빗겨져서 선호하는데 투투가 싫어하니 잘 쓰지 않습니다.
투투는 엉덩이나 꼬리를 빗을 때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투투의 반응을 무시하고 엉덩이를 계속 빗으면 비록 엄마일지라도 싫다는 표현을 사납게 합니다. 그러나 물지는 않습니다. 얼마나 싫어하는지만 어필하는 것 같습니다. 한 번은 싫다는 엉덩이를 꼬리를 들어 올린 채 빗어댔지요. 그 엉덩이가 털 빠짐의 주 온상이었거든요. 몇 번 으르렁거린 투투가 마침내 폭발하더니 엄마 손을 물려고 하더군요. 그런데 엄마잖아요. 순간 으르렁거림을 멈추고 당황해서 귀를 바싹 눕히더니 손을 핥아주더군요. '아, 엄마구나. 제가 잠깐 정신줄을 놓았어요.' 하며 미안하다는 듯이요. 그러면서 하품을 했습니다. 그만하라는 신호입니다. 착한 녀석이지요? 하지만 빗을 든 이상 끝까지 빗어야지요. 지나치게 굳센 엄마는 간식을 하나 먹이고 더 빗었습니다. 투투의 얼굴을 보니 무념무상에 가까운 표정이 되어 가더군요.
관찰해 보니 투투의 털은 여름 내 빠집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추워지면 털 빠짐이 거의 멈춥니다. 등을 빗어도 빠지는 털이 거의 없더군요. 개들은 여름털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여름 털갈이는 발열이 목적이니까요. 여름을 잘 지나가려고 투투는 지금 채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엔 감기 몸살로 엄마를 식겁하게 했는데 개들은 겨울보다 여름이 훨씬 더 힘듭니다.
개들의 평균 신체 온도는 37.5-39도입니다. 아시다시피 땀을 배출하는 땀샘이 없습니다. 오직 발바닥으로만 땀을 흘립니다. 헐떡거림으로 수분을 조절한다고 하지만 여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차가운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체온을 낮출 수 있습니다. 개의 모습을 보십시오. 열로 달구어진 지면에 가까이 있습니다. 뜨거운 지면으로부터 작은 개는 30 cm, 대형견은 60cm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지열을 그대로 느껴야 하니 얼마나 덥겠습니까. 투투는 비가 내리거나 몹시 더운 날은 산책을 꺼립니다. 나가봐야 개고생한다는 걸 아는 거지요. 개고생만 하면 다행이지요. 자칫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레이 하운드 처럼 털이 짧은 견종은 폭염에 사망하는 빈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설사 죽음을 면한다 하더라도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에 걸리게 된답니다.
투투의 털이 왕성하게 빠지는 건 지극히 정상이고 신체가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죽은 털을 빗어주어야 피부병에 걸리지 않는다는군요. 털빗기에는 엄마의 사심도 있습니다. 투투의 털을 빗겨줄 때마다 엄청나게 빠지는 털을 보면서 묘한 희열을 느낀답니다. 털빗기는 요즘 엄마의 취미가 되었습니다.
더위에 약한 건 엄마도 마찬가지라 여름이 걱정스럽습니다. 더위와 벌레 조심하며 건강하게 모두 모두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