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투 이야기
드디어 날이 개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비가 쏟아졌는지 잔디가 다 녹았습니다. 그동안 산책을 하지 못하던 투투는 날이 갠 것을 알고는 자꾸 나가자고 합니다. 습기로 가득 찬 공기지만 다행히 바람이 불었습니다. 더운 여름날의 산책은 모두 힘이 듭니다. 투투는 혀를 빼물고 엄마는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릅니다. 볼일을 보고 집으로 온 투투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버팁니다. 엄마는 아아 한 잔 마셔야겠다며 집안으로 들어오니 현관에서 찡찡대며 나오라고 재촉합니다. 누군가 함께 있어야 투투는 마당에서 놉니다. 얼음을 넣은 시원한 아아를 마시며 파라솔 아래 앉으니 그제야 좋다고 꼬리를 칩니다. 집 아래 빈터는 칡덩굴 가득한 정글이 되었습니다. 엄마는 벌을 서는 기분인데 투투는 더워도 좋은가 봅니다. 붕붕 뛰어다니던 투투가 갑자기 킁킁킁 냄새를 맡기 시작합니다. 무엇을 발견했기에 또 저렇게 코를 박고 있을까요?
메뚜기입니다. 그러고 보니 메뚜기가 많아졌습니다. 메뚜기를 쫓아다니던 투투가 한 마리를 잡고 말았습니다. 잡은 메뚜기를 뺏길까 봐 엄마를 피해 가는 투투 입 밖으로 메뚜기의 얇은 다리가 반쯤 나와 있습니다. 순간 메뚜기가 탈출하지만 투투의 발에 눌리고 맙니다.
공중으로 폴짝 달아나던 메뚜기는 몸을 던진 투투의 발에 움직이지 않습니다. 제 앞에 물어다 놓고 물끄러미 바라보며 발로 툭툭 건드립니다. "엄마가 먹으면 안 돼!" 하니 다행히 먹진 않습니다. 움직이지 않던 메뚜기가 톡, 톡 뛰다가 멈춥니다. 더 이상 움직임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메뚜기가 죽었나 봅니다. 투투는 가만히 그것을 지켜봅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지렁이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메뚜기가 있는 자리를 확인하면서 그곳에 자신의 몸을 비벼댑니다.
표정을 보니 아주 무아지경입니다. 신이 났습니다. 투투는 왜 지렁이 춤을 추는 걸까요?
개들은 자신의 냄새를 남기려 하거나 기분이 좋으면 지렁이 춤을 춥니다. 특히, 특정 냄새를 몸에 묻히려는 습성이 있다고 하지요. 진흙이나 고양이 배설물, 지렁이, 썩은 낙엽 등을 보면 저렇게 지렁이 춤을 춥니다. 투투는 지렁이나 고양이 배설물을 보면 그런 행동을 합니다. 엄마는 아주 질색입니다. 산책을 하다가 앞으로 쓱 미끄러지듯이 하며 몸을 뒤집는데 조금만 하도록 내버려 두지만 마음은 괴롭습니다. 몸을 씻겨야 하기 때문이지요. 지렁이 춤을 추는 강아지들 모습이 귀엽다며 좋아하면 보호자를 만족시키려고 더 한다고 합니다.
여러 차례 몸을 뒤집어 지렁이 춤을 추는 투투는 기분이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잔디에 엎드린 채 엄마를 보며 자랑스러워합니다. 무언가 칭찬받을 일이라고 여길 때 보이는 얼굴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좋냐? 이눔아, 하는 엄마의 말에 꼬리를 살랑거립니다. 엄마는 더워 죽겄다. 그래도 투투는 행복합니다.
투투가 앉아 있던 곳에 운명한 메뚜기가 보입니다. 다리 하나가 잘려나갔습니다. 어쩌다 투투 눈에 띄어 이렇게 되었는지 좀 미안해집니다. 엄마는 메뚜기를 집어 숲으로 보냈습니다.
메뚜기를 치우는 걸 보더니 집안으로 들어가겠다고 합니다. 몸을 간단히 씻고 난 투투는 엄마가 앉아있는 시원한 테이블 아래 누웠습니다. 이제 투투는 잠을 자고 엄마는 글을 쓸 것입니다.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보니 참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