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3종 세트

색연필 그림일기

by Eli

기온이 내려가더니 밤 사이 우리 집 수문장 텡이의 물그릇에 얼음이 제법 두껍게 얼었다. 처음 걷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덥다고 느꼈는데 요즘은 춥다. 낮에도 뺨에 스치는 바람이 시리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준비 없이 걷기에 나섰다가 혼쭐이 났다. 요즘은 낮이 짧아져 해가 서쪽으로 조금만 기울어도 기온은 급격히 떨어진다. 게다가 이 곳 양평은 서울보다 3,4가 낮고 강이 가까워 더 춥다. 다 있다는 곳에 가서 방한 3종 세트를 장만했다.

귀마개, 장갑, 후드 목도리

걷기를 시작한 지 5주 차.

평소에 쓰지 않던 귀마개와 후드 목도리의 유용성을 깨닫고 있다. 걸어 다닐 일이 많지 않아 한 겨울에도 장갑이나 귀마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이것처럼 유용한 물건이 없다. 장갑은 꼭 껴야 한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것은 운동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체를 활발하게 움직이기 위해선 손이 자유로워야 하고 그러려면 장갑이 필요하다. 바람이 심하지 않으면 귀마개를 하고 바람이 많이 불면 후드 목도리를 쓴다. 음악을 들을 때도 귀마개 보다 후드 목도리가 낫다. 귀마개는 이어폰을 눌러 불편하지만 후드 목도리는 이어폰을 껴도 방해가 없어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숲에 갈 때는 귀마개를 한다. 숲의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으면서도 보온 또한 적당해서 그만이다. 가능한 숲에선 음악을 듣지 않고 숲의 소리를 듣고 뺨에 스치는 공기를 느끼고 싶다.


나의 오래된 습관은 날씨가 추워졌다는 핑계를 찾고 작심 3일을 끝내려 하던 참이었다. 방한 3종 세트는 작심 3일을 극복하는 환경이 되어 새로운 작심 3일로 나를 다시 이끌고 있다. 이제 나의 뇌는 걷기를 중요하고 익숙한 행동으로 받아들이고 습관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보상처럼 철옹성 같던 체중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