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누군가 나를 이해하는 것으로 자신의 인생이 부정당하는 가

by 제이니

올드보이는 만화책인데, 군대 있을 때 휴가나오다가 들른 만화방에서 아무거나 집다가 다 읽고 집에 늦게 왔던 기억이 있다. 박찬욱 감독 영화 올드보이의 원작 맞다.


일반적인 평가는 영화 올드보이가 원작보다 훨씬 낫다고 한다. 스토리상 차이점은 주인공을 가둔 이유인데, 만화에서는 자신이 그린그림을 보고 주인공이 울어서 였고,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근친상간에 대해 소문을 내서 누나가 자살했기 때문이라고 해 두었다.


무슨 핍진성이니 개연성이니 하는 이야기를 들먹이면 당연히 영화에서의 개연성이 훨씬 좋아 보이지만, 매우 얄팍하기도 하다. 만화를 본 상태에서 꽤 오랜시간 뒤에 영화가 나왔는데, 나는 영화가 썩 맘에 들지는 않았다. 근친에 의한 누나의 자살 뭐 이런걸로는 악역의 '인생' 에 대한 설명이 되지를 않기 때문인데, 각자 생각하는 바가 다르므로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겠다.


만화와 영화 악역은 모두 굉장히 성공한 사람으로 나오는데, 만화에서의 악역은 일본 버블경제를 예측 해 큰 돈을 번 사람으로 나온다. 버블경제를 예측하려면 세상과 격리된 사고를 해야하고, 어찌보면 세상과 자신의 인격이 적대적인, 곧 자신을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살아야 가능하다. 악역은 "나는 세상에 이해받고 싶지 않다. 그리고 세상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라는 강력한 자기 최면으로 어린시절부터 살아가는 왕따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저런 인생관이 그를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믿는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하지만 사실은 자신을 누군가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숨겨져 있는데, 우연히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고 주인공이 얼떨결에 그것을 보고 큰 슬픔을 느껴버린 것이다.


자신이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생각한 바 대로 살기위해서는,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어' 야 하는 주인공에게는 주인공의 눈물은 엄청난 위로이기도 하지만, 성공한 자신의 인생을 '부정' 해야만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화는 그렇게 악역의 '성공' 과 '감금의 이유' 를 설명하려고 한다. 내가 느끼기에는. 뭐 작가가 무슨생각인진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감금당한 이유를 주인공이 깨닫지 못하는 것이 악역의 목적이었는데, 주인공이 생각해 내자 악역은 자살하던가?. 뭐 인생이 부정당했다고, 자살까지 하는 것은 별로 좋진 않지만.


반면 영화에서는 복수가 좀 뜬금 없다. 그냥 옜날에 이래서 내가 괴로웠으니 니도 함 괴로워 해 봐, 그리고 니 딸래미랑도 근친을 해서 내 마음을 느껴봐 라는 건지. 영화가 잘 만들긴 했지만, 이런 뭔가 아다리가 맞는거같이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정반대의 메세지를 보내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화는 사실 인기도 없고, 사람들 생각에 좀 시덥잖아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국뽕은 아니겠지만, 너무 원작을 멸시하고 영화를 찬양하는 분위기에 좀 배알이 꼴려서 써 봤다.


박찬욱감독의 작품들은 영화로서 좋은 작품들이 많지만, 솔직히 말하면 오리지날리티가 별로 없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내용들이 세련되게 다듬어졌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잘 훈련된 영화광이 영화를 만든다는 느낌이랄까. 이창동감독같이 '글쟁이' 가 영화를 만드는 느낌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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