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인 리 Mar 22. 2018

사하라를 여행하는 조금 다른 방법

여행자와 지역 모두를 아름답게 하는 여행 

사헬 지역에 있는 작은 마을 뒤에 보이는 산맥은 아틀라스 


지구 상에서 가장 뜨겁고 거대한 땅 사하라 사막 남쪽 사헬 지역에서는 수많은 마을이 빠르게 사막화되고 있다. 1967년부터 1972년 사이에 사하라 사막이 100킬로미터나 남쪽으로 내려가는 사건이 있었다. 비가 안 오는 지독한 가뭄이 연이어 오면서 땅은 사막으로 변하고 60만 명이 굶어 죽고 가축도 수백만 마리나 떼죽음을 당했다. 사실 이때 처음으로 '사막화'라는 말이 시작됐다. 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과학자들이 밝혀낸 원인에 따르면 인도양의 수온이 0.5도 상승한 이유라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그렇다면, 가만히 있던 물의 온도는 왜 갑자기 이렇게 높아진 걸까? 그 이유는 산업화로 인한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이런 거시적인 이유 말고 미시적인 이유도 있다. 사하라 사막에서는 세계 각지로부터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구잡이로 호텔을 건설하고 부족한 물을 끌어다 쓰고 또 물이 없으면 호텔을 두고 떠나버리는 무책임한 관광사업이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먹을 물도 없는 이 곳에 거대한 수영장을 짓고, 호텔 방마다 욕조를 설치한다. 그리고 이렇게 책임 없이 사용한 물은, 정작 마을 주민들의 식수원을 빼앗아 버리고 나중에는 물이 모두 말라 모두가 이 곳을 떠나야 하는 상황까지 만든다.  


실제로 유엔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28억 명이 사막화와 물 부족 등으로 환경 난민으로 전락할 수 있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2025년이 되면 이런 지역에 사는 사람이 약 53억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하니. 그 수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에 2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런 상황으로부터 사막화되어가는 마을을 구하기 위해서 비영리 기구 자일라가 설립되었다. 마을에서는 사막화가 되어서 마을을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중에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도 많다. 


모로코에 기반을 둔 자일라는 모하메드 알리에 의해서 첫 발을 내디뎠다. 제네바 유엔기구에서 물리학자로 일하고 있는 알리는 자신의 꿈과 추억이 묻어 있는 고향이 사막으로 바뀌는 슬픔을 겪으며 마을과 공동체를 사막화로부터 구해내기 위하여 자이라를 설립했다. 자이라에서는 크게 두 가지 활동을 하고 있었다.  


비영리기구의 문제 해결 아이디어는 여기서 나왔다. 사막화되어 가는 사헬 지역을 지키고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공급하면서 사하라에 여행 오는 여행자들을 보다 사하라 식으로 맞이하는 것! 


사하라 사막에는 아름다운 노래가 있다. 사막에 사는 유목 부족인 베르베르인들의 음악은 지친 유목생활을 빛나게 해주던 필수 불가결한 삶의 일부였다. 지금도 베르베르인들은 삶을 즐기기 위해,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하루의 일부로 음악을 연주한다. 그 중심에는 청년이 있다. 젊은 청년들은 음악과 자연을 사랑한다. 사막과 마을을 오가며 광활할 자연 가운데서 악기를 들고 음악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청년이 사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대부분이 도시로 떠나거나 남겨진 청년들은 호텔이나 식당에서 일하기 일수다. 그때 모하메드 알리가 고안해낸 아이디어가 바로 사막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베르베르 청년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잔뜩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음악여행이었다. 


여행객들은 사막을 여행하는 일주일 동안 낮에는 사막을 베르베르 청년들과 함께 여행하고 밤에는 타들어가는 장작불 주변에 둘러앉아 자일라 청년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감성에 젖는다. 


자일라는 이렇게 여행객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사하라를 사막화로부터 지키는 일을 한다. 사하라 사막에 대추야자나무를 심을 수 있는 땅을 구매하고 나무를 심는다. 나무는 지반을 튼튼하게 하고 물을 머금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막화를 방지해 주고 거친 모래바람으로부터 마을에 사는 주민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지역 주민들과 세계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도맡아서 하고 있다. 나무를 심는데만 그치지 않고 꾸준히 관리를 하며 숲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지역주민과 청년들에게는 일자리를 공급해주고, 여행자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며, 나무를 심는 일을 통해 사막화로부터 마을을 보호해 주는 비영리기구 자일라는 사하라에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나는 운이 좋게도 일주일 동안 이들과 함께 여행하며 꿈을 꾼 것 같은 시간을 보냈다.  


 

사막화 방지 프로젝트  

 

프랑스 동부 콜마르 시에서는 매 년 대안여행 박람회가 열린다. 나는 그곳에서 사하라 사막의 동반자 알리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알리는 나를 사하라 사막으로 초대했다. 이렇게 나는 일주일 동안 자일라와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다.  


사하라 사막으로 들어가는 초입은 삭막했다. 마을 공동체는 붕괴되었고, 청년들은 도시로 떠났고, 사막화로 인해 작은 마을과 심지어 큰 도시도 터만 남고 사람은 없었다. 텅텅 빈 마을 수십 개를 지나서야 우리의 여행 시작지인 마하 미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선 프랑스에서 만났던 알리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우리는 우선 사막화 방지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고운 모래로 뒤덮인 메마른 땅 위에는 여기저기 대추야자 묘목이 심어져 있었다. 선인장도 있고 다양한 나무가 있는데 왜 하필 대추야자나무인지 궁금했다. 


대추야자나무 열매는 일단 물을 많이 먹지 않아 키우는데 어려움이 덜하고, 무엇보다 주민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 아기 대추야자 열매를 심고 4년 정도 기다리면 나무가 자라나서 처음으로 열매가 열리는데, 나무의 종류만 해도 200종이 넘는다고 한다. 나무 종류에 따라 열리는 열매의 종류도, 맛도 다르다. 먹는 방법 또한 다양한데, 바로 따서 물기를 가득 머금은 상태로 먹거나 꼬득꼬득 말려서 먹기도 하고 쨈이나 시럽으로 만들거나 모로코의 전통 음식인 타진에 넣어서 요리하기도 한다. 대추야자는 당분이 어찌나 높은지 몇 개 먹다 보면 너무 달아서 입이 얼얼하다.  곶감과 대추 맛의 사이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무를 심은 곳을 쭉 둘러보니 이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시스템이 있었다. 사막의 햇볕은 강하다. 그래서 식물에 물을 주면 금방 증발해 버린다. 또한 물이 귀하기 때문에 모든 나무에 주면서도 물 한 방울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 이들은 멋진 물길을 만들어 놓았다. 고운 모래를 물로 게어 단단한 벽돌을 만든 뒤 나무를 심은 주변 양쪽으로 벽처럼 쌓아 올린다. 그 사이사이를 물을 머금은 모래로 채운 뒤 굳힌다. 그리고 물길에 초입에 위치한 지하수 물탱크에서 물을 틀면 물은 벽돌로 만든 물길을 따라서 천천히 이동하며 사이사이에 있는 나무에 자연스럽게 물을 준다. 또한 물은 물길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속해서 나무에 물을 주는 역할을 한다.  


알리는 여행객들에게 무엇보다 먼저 나무 심는 곳을 보여준다고 했다. 사막화에 대해 설명해 주며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알려주면서 여행자들이 여행을 하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사막에서 얼마나 단비 같은 존재인지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여행객들은 자연스럽게 책임의식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나무를 심고 어느 정도 나무가 스스로 자리를 잡게 되면, 자일라는 또 다른 마을로 이동해서 똑같은 작업을 반복한다고 했다. 그렇게 작은 노력들이 모여 숲이 만들어지고, 마을공동체는 붕괴되지 않고, 여행객들은 추억 보따리를 들고 집으로 향한다. 



 어둑어둑 해가 지기 시작해서 우리는 베이스캠프인 알리 집으로 향했다. 오늘 저녁 하룻밤을 묶고 내일 아침 길을 떠날 예정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멋진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길을 떠나기 전에 좋은 여정이 되기를 바라는 베르베르인들의 전통음악이었다. 우리와 같이 길을 나설 젊은 음악 청년들은 우리에게 멋진 사막의 노래를 밤새도록 연주해 주면서 사막의 밤이 깊어 갔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은하수가 첫날밤을 장식해 주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뜨겁게 앞으로 가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