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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리 Apr 06. 2020

비영리단체의 재정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프로그램비, 운용비, 인건비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 접근법부터 바꿔라.



앞 글 (운용비가 낮다면, 비영리단체에 기부하시겠습니까?)에서 설명했듯이 비영리단체가 재정적 악순환에 시달리는 주된 이유는 잘못된 운영비 책정 때문이다. 무조건적으로 운영비를 낮게 책정하는 이유는 보다 많은 돈이 프로그램 비용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부자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기부자는 프로그램으로 돈이 많이 가고 인건비나 비영리단체의 내부 인프라 구축과 같은 곳에는 최소한으로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기부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많은 비영리단체들은 운용비와 인건비를 많게는 15퍼센트에서 적게는 5퍼센트 까지도 낮게 책정한다. 이렇게 낮게 책정된 운용비는 결과적으로 고질적 재정악화 상태를 만들어서 프로그램의 질을 낮추고 노동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하지 못하게 하며 나아가 비영리단체의 존재까지도 위협하게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재정악화를  해결하기 위해서 비영리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게 있을까? 


프로그램비, 운용비, 인건비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 접근방식부터 버려야 한다. 


보통 비영리단체는 모든 비용을 프로그램비, 운용비, 인건비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로 접근하는 방식을 고수한다. 유니세프처럼 유명한 국제 구호 단체들의 홈페이지를 가보면 커다란 파이 차트가 위의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는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파이 차트와 더불어 단체들은 수익의 85% 이상을 프로그램에 사용하고 단지 2,3퍼센트를 인건비에 나머지는 사업을 위한 행정비에 지출한다고 홍보한다. 이러한 구분방식은 보통 영리 기업에서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가지고 온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렇게 파이로 자르듯이 인건비와 사업비를 포함하는 운용비용이 사업비에서 똑 떨어져 나와 계산될 수 있을까? 


만약 비영리단체에서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직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의료보험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고장 난 컴퓨터를 고치지 않고 직원들이 각자의 휴대폰으로 정보를 찾고 보고를 해야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업무의 효율성은 물론이거니와 제대로 된 사업의 이행이 어려울 것이다. 이런 행정적 비용과 인건비 그리고 프로젝트 비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처럼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잘라진 파이로 보는 게 아닌 하나의 거대한 파이 그 자체로 봐야 한다. 


비영리단체에서는 정확한 프로그램 운용비용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 계산에는 유동자산 (Liquidity), 빌딩이나 땅과 같은 고정자산(Fixed Asset), 성장자본 (Growth Capital), 저축(Reserve) 그리고 부채(debt)가 심심치 않게 누락된다. 그리고 보통 재단이나 정부와 같은 기부자들은 세 가지 카테고리에서 행정비용이나 인건비에 기부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보통 프로그램 비용으로 산정된 비용에만 기부를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고, 이마저도 100%가 아닌 80%에서 90% 정도만 줄 뿐이다. 


만약 운용비용을 프로그램비, 행정비 그리고 간접비로 나눈다면 어쩔 수 없이 지속적인 펀딩은 프로그램 운용비용으로만 가고, 간접비나 행정비로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때, 간접비와 행정비를 메우기 위해서 비영리기관은 보통 기부를 받은 프로그램 비에서 일정 부분의 돈을 가져다 쓴다. 

프로그램 위주의 비용 책정을 통해 예산을 짜고 예산안을 기반으로 펀드라이징을 했는데, 그 프로그램 예산에서 돈을 끌어와 다른 부분을 메우다 보면 자꾸만 지출이 소득보다 늘어나는 사태가 발생한다. 

원래 100이 필요한데, 그중 80만 펀딩을 받았으니 나머지 20을 일단 80을 통해서 메우려고 하는 것이다. 그럼 받지 못한 20은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로 남고 다음 연도에도 그다음 연도에서 지속적으로 적자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여기서 소위 말하는 비영리기구의 “The Doom Loop” 경제적 악순환이 일어난다. 

1. 펀딩이 비영리기관의 전체 비용을 커버하지 못하고, 

2. 그 결과 유동자산의 부족 사태가 생기며 

3. 프로그램을 운용하는데 제한이 생기고, 

4. 비용의 부족과 제한으로 비영리기구 내의 단단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실패한다. 

5. 결과적으로 이 과정이 반복되면 

6. 프로그램 운용조차 차질이 빚어지고 계획했던 프로그램을 이행하지 못하는 일이 생겨버린다. 


실제로 the Urban Institute 자료에 의하면, 비영리기구의 펀딩 규모와 그들이 책정한 프로그램 비용이 비슷하면 비슷할수록, 기타 필요 비용에 대한 여유자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런 여유자금이 없으면 없을수록 프로그램 이행에 있어서 약속한 시간보다 더 오래 걸리며, 이를 이행하는데 필요했던 수많은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다시 말해 프로그램 비용에 지출하느라 직원들이나 행정비용에 쓸 돈이 없고, 점점 더 돈이 없어지니 직원들 노동력을 쥐어짜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제품이 있다면, 이 때문에 자금부족에 시달린다면 어떻게 할까? 대게는 그 제품 판매를 재 고려할 것이다. 비영리기구에서는 어떨까? 자금부족에 시달릴 때 이미 운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줄이거나 없앤다는 답안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노동력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이를테면 월급을 줄이거나 각종 혜택을 줄이는 일등이 프로그램을 줄이는 일보다 먼저 일어날 것이다. 


운용비와 인건비를 포함한 프로그램 별 예산을 짜야한다


프로그램 운용비용의 측정은 기존과 같은 운용비용, 행정비용, 그리고 간접비의 세 가지 구분 방식이 아닌 새로운 비용 측정 방식을 통해 측정되어야 한다. 이 새로운 비용 측정 방식은 프로젝트 비용 자체에 모든 필요 비용이 녹아드는 측정방식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각종 비용이 프로그램에 포함되어서 펀딩을 받는 주체가 프로그램이되 프로그램 안에 적절하게 비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비용의 한 축에서라도 적자가 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자세하게 논의하기로 하자. 


비영리기관을 이끄는 리더들은 올바른 데이터를 확보해 정확한 비용 산정을 하고, 이를 통해 정확한 예산 측정을 해야 한다. 또, 각종 재정적 데이터를 확보하여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제적 악순환에 빠져드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악순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비영리단체가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일은 비용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계산하고, 사업비, 인건비 행정비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 방식으로부터 벗어나 모든 비용을 프로그램 비용에 포함하여 프로그램 별로 펀딩을 받을 수 있게 예산을 짜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이렇게 했을 때에 비로소 경제적 악순환에서 벗어나 탄탄한 재정을 확립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비영리회계 및 금융의 틀이 미국의 많은 사례를 참고했다는 것을 알고, 한국의 비영리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됬으면 하는 바램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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