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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리 Apr 02. 2020

운용비가 낮다면, 비영리단체에 기부하시겠습니까?

비영리단체의 효율성을 운영비와 인건비로 판단하면 안 되는 이유 

한국에서 사람들이 비영리단체에 기부하지 않는 이유를 보면 ‘불신’이 가장 높다. 즉, 내 돈이 어디로 흘러가고 어떻게 쓰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아래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내용이다.



2. 내가 100원을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기부하면 그중 얼마를 유니세프 본부에 보내나요?


여러분이 100원을 기부하시면 이 중 85원이 송금됩니다. 나머지 15원 중 2원은 인건비로 사용되고, 나머지 13원은 아동권리 옹호 및 PR 등 국내 사업비와 운영비로 사용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높은 송금률은 전 세계 33개 선진국 국가위원회 중 가장 높으며, 국내 구호단체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합니다. 출처: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이처럼 기부자는 자신이 기부한 돈이 얼마나 프로그램 비용에 사용이 되는지 중요하게 생각한다. 운영비나 인건비로 지출되는 돈은 최소한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유니세프와 마찬가지로 자선단체도 최소한의 운영비용과 인건비용을 책정하고 나머지는 사업비로 사용한다고 홍보한다. 비영리단체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 비용에 비해서 운용비와 인건비가 높다면 기부자들을 비영리단체가 돈을 “빼돌린다”라고 생각하고 쉽사리 등을 돌린다. 


그렇다면 그 기준은 얼마가 가장 적당한 것일까? 유니세프를 기준으로 보자면 후원금액 중 85%가 프로그램 비용 15%만이 행정비용과 인건비를 포함한 간접비라는 계산이 나온다. 


과연 이러한 운용비율은 적당한 것일까? 


미국의 자선단체 평가기관 체리티 내비게이터에 따르면 “대다수 사업 분야에서 가장 효율적인 자선단체들은 예산의 75% 이상을 사업비로 쓰고 모금 경비나 운영비 비중은 25퍼센트도 채 안된다”라고 말한다. 이는 가장 효율적인 자선단체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다른 자선단체들은 어떨까?


미국에서 22만 곳 이상의 비영리단체를 조사한 결과, 국세청에 보고한 운용비가 13퍼센트에서 22퍼센트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세프 역시 15퍼센트로 이러한 평균 운용비 비율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비영리섹터가 아닌 일반 영리 섹터의 경우는 어떨까?


영리 섹터는 산업군에 따라서 운영비 비율이 다양하겠지만 평균적으로 운영비가 전체 비용의 25%다 해당하고, 비영리조직과 비슷한 서비스 산업군 (이를테면 병원은 운용비가 40% 이상이다) 중에는 평균 운영비가 20% 이하인 곳은 없었다. (Howard 2009)


이처럼 무조건적인 낮은 비용 책정은 기부자가 애초에 원하던 문제 해결이라는 결과를 얻는데 심각한 장애물이 되곤 한다. 물론 기부자들이 피땀 흘려 벌어 기부한 돈이 실제로 좋은 뜻을 이루는 데 쓰이길 바라지 헛돈으로 낭비되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비영리단체에서 얼마나 많은 돈이 인건비와 운용비로 사용되는지가 아닌 단체가 운용하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효과를 거두는지 여부다. 


동일한 논리를 우리 일상생활에 적용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우리가 삼성폰을 살지 아이폰을 살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면 두 제품의 기능, 디자인, 편리성, 가격 등의 요소를 고려하고 자신에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다. 이때 우리는 삼성 CEO의 연봉이 얼만지, 애플의 인건비가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인지를 고려한 뒤 결정하지 않는다. 만약 삼성과 애플에서 유능한 엔지니어를 높은 연봉으로 고용해 훌륭한 기능을 개발하게 한다면 제품은 물론이거니와 회사의 이미지까지 높게 평가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비영리단체의 효율성을 실제로 단체가 창출하는 긍정적인 임팩트가 아닌 그들이 사용하는 비용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Better Business Bureau’s Wise Giving Alliance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이 비영리 조직 운영비 비율은 20% 또는 그 이하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런 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기부자는 해당 조직활동의 성공 여부보다는 운영비 비율과 재무 투명성이 해당 조직의 후원을 결정짓은 우선순위로 고려한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비영리 단체가 20% 이하의 운용비 책정을 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우선,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비영리단체가 보고한 운용 비용은 전체 비용의 13퍼센트에서 22퍼센트 범위에 있었다고 했지만 실제로 그들이 사용한 비용의 비율은 17퍼센트에서 35퍼센트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적게는 4퍼센트에서 많게는 22퍼센트까지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영리단체들은 개인, 재단, 기업으로부터의 후원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실제로 발생하는 비용보다 더 낮은 비용을 지속적으로 보고한다. 이럴 경우 단체는 보통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이 발생된 비용을 프로그램 사업비에서 끌어오게 된다. 이 경우,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는 원래 진행하려고 했던 프로그램이 비용 부족으로 퀄리티가 낮아지거나 이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고 둘째는 구멍 난 비용을 메우기 위해서 적자가 지속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때 비영리기구의 재정 악순환이 지속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잘못 설정된 운용비가 초래한 비영리단체의 재정 악순환


운영비와 인건비의 비중이 낮고, 심지어 점점 줄여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는 비영리단체는 다양한 문제에 마주하게 된다. 


고장 난 컴퓨터는 프로그램 결과를 추적할 수 없고 어떤 프로그램을 지속해야 하는지 지속하지 말아야 하는지 보여주지 못한다. 제대로 트레이닝되지 않은 스테프는 퀄리티 있는 서비스를 후원자에게 제공하지 못한다. 이처럼, 운용비용이 낮게 측정되게 되면 프로그램을 퀄리티 있게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이행할 수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적은 운용 비용 책정과 잘못된 비용 사용으로 전체 프로그램의 퀄리티마저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이 튼튼한 내부 인프라를 구성할 때 성공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서 높다는 조사 결과는 이미 충분히 나와있다. 이러한 기업 인프라에는 견고한 정보기술 시스템, 금융시스템, 기술교육, 자금조달 프로세스 능력 및 기타 필수 인건비들이 포함된다. 이는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에도 동등하게 적용된다. 


비영리단체가 정부나 자본주의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그들에게 탄탄한 인프라조차 허용하지 않는 기부자의 비현실적인 기대는 이제 지양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에서 일한다는 사실 만으로 그들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노동력에 대한 가치평가가 실제 그들의 능력에 한참 못 미치게 계산된 채 낮은 보상만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미덕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한국의 비영리회계 및 금융의 틀이 미국의 많은 사례를 참고했다는 것을 알고, 한국의 비영리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됬으면 하는 바램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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