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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리 Jan 11. 2021

문학을 통한 나와 타인의 이해

<자기 결정> by 피터 비에리 

“문학작품을 읽으면 사고의 측면에서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열립니다. 인간이 삶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를 알게 되는 것이지요. 문학작품을 읽기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에 대해 이제 상상력의 반경이 보다 넓어진 것입니다. 이제 더 다양한 삶의 흐름을 상상해볼 수 있게 되었고 더 많은 직업과 사회적 정체성, 인간관계의 다양한 종류를 알게 됩니다.” - 피터 비에리




가끔 한 문학작품을 읽을 때, 한 장의 챕터를 넘기기도 어려울 때가 있다. 등장인물들의 표현, 분위기, 전체적인 문학의 느낌에 전혀 공감이 되지 않을 때가 특히 그렇다. 그럴 때 나는 그 책이 단순히 재미없다고 치부해 버리거나, 나의 경험이 아직 미성숙해서 그 책을 이해하기에 어렵다고 단정 지어왔다. 막연히 이야기했던 나의 미성숙한 경험은 사실 삶을 살아가며 겪는 일반적인 경험이라고 보다는 그 문학작품에 나온 등장인물, 시대적 배경, 문화적 혹은 역사적 배경과 비슷한 종류에 대한 경험을 말한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황금만능주의 시대에 반하는 도덕성 결여에 불만을 품은 작가 피츠제럴드의 경험과 이해를 담은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어린 시절의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에 나의 경험의 폭은 너무도 얕고 좁았다. 그렇게 내 기억에서 지워버린 문학작품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다, 스무 살 초부터 본격적으로 내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나는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고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이 잦아졌고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작가를 발견하게 됐다. 뱅갈 출신의 인도계 미국인인 줌파라히리가 그런 작가중에 한 명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 부모의 교육을 통해 인도와 미국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그 경험을 자신의 소설에 녹여냈다. 인도 뱅갈과 미국 보스턴이라는 극히 다른 지역적 특성이 주는 문화적 배경과, 이민자로서 어린 나이에 두 문화와 언어를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만들어 나간 작가 개인의 경험은 그 재료는 달라도 뼈대 면에서 나와 비슷했기에 나는 더더욱 그녀의 작품에 몰입하고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이해하고 느끼고 있는 삶의 경험적 토대는 문학작품과 더불어 어떤 현상을 이해하는데 강력한 작용을 한다. 문학작품을 통해서 자신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문학 속 어떤 사람의 행동과 나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며 나는 내가 절대 아닌 나와 진정한 나를 발견해나갈 수 있다.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나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가진 작가의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 중요한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문화, 생태, 인종, 언어 등 여러 측면의 다양성에 대해 관심 가지고 자신이 생각하는 다양성의 관점을 행동으로 표현하고자 할 때 그 사람의 진정성을 알기 위해 우리는 그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었는지, 또 어떤 다양한 문학작품을 읽어왔는지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단일된 환경에만 노출되어 있는 사람이 다양성에 대한 의견과 행동을 할 때 그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최근 나의 친구가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커뮤니티 재단에 취업하기 위해 진행했던 인터뷰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능력이 있던 그 친구는 대부분의 인터뷰 질문을 훌륭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을 받았다. 질문은 “당신은 인종적 다양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지금 시대에 존재하는 문화적 다양성의 불합리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였다.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인종차별 사태를 반영한, 또 수백만명의 각기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공정한 혜택을 제공하기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이었기에 인터뷰 질문은 매우 적절했다.


그녀는 파란색 눈을 가진 백인으로 유대인 집안에서 자라고 유대인 남편과 결혼해 유대인 재단에서 일해왔다. 그녀는 심성이 올바르고 연민을 가진 또 세상에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깊은 의식을 갖고 있는 친구였지만, 평소 문화적 다양성면에 있어 깊은 성찰이 없었기에, 자신이 일하던 재단에서 여러 문화권의 사람들을 도와주는 비영리 단체에 기부하는 일을 해왔다는 표면적인 대답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결국 면접에서 떨어졌다.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유대인들은 높은 사회집단으로 많은 부와 권력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과 같은 많은 테크, 금융, 리테일 등 기업의 창업자들이 유대인이며 그녀가 일했던 곳도 그러한 기업가들의 자선 기부로 만들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일했던 곳 역시 유대인의 교육과 지원을 위한 일에 대부분의 자금이 쓰여왔다. 높은 부를 거두고 다시 그 부를 비슷한 인종과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대물림하는 역할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다. 그녀 역시 유대인이었기에 그 재단에 처음 취직할 수 있기도 했다. 만약 그녀가 당시, 자신이 갖고 있는 문화적 배경이 주는 특혜를 인지하고 그녀가 일했던 곳의 시스템이 사회에 미쳤던, 문화적 다양성을 높이는 것보다는 하나의 문화적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야기했다면 아마 그녀는 그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나아가, 그녀가 같은 지역에 살고 있지만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문학을 읽어왔고, 또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나와 다른 사람들의 정체성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을 했다고 말했더라면 결과가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자기 결정>의 피터 비에리가 말한 것처럼, 문학은 우리에게 나 자신과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타인을 이해하는 훌륭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나 또한, 한 나라의 어떤 특정한 장소를 여행할 때 그곳에서 쓰인 훌륭한 문학작품을 읽으며 그 장소에 사람에 문화에 흠뻑 빠져 그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된 경험이 있지 않은가.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을 읽으며 파리의 후미진 벨빌 지역에서 살아가는 어린 무슬림 아이의 시각 속에 있는 파리를 경험할 수 있었고, 마야 안젤루의 책을 읽으며 미국 남부에 사는 어린 흑인 여자아이의 눈으로 본 미국 사회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닌,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경험과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지역을 이해한 것이 분명 나 자신의 내적 경험과 타인을 대하는 행동을 더욱 세심하고 배려있게 만들어 준 것은 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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