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카메라발이 안 받는다고 생각했었다. 왜냐면 화장실 거울로 보는 내 모습과 사진에 찍힌 내 모습이 달랐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사진이 별로 없는 삶을 살고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줌 모임을 시작하고 이제는 동영상으로 내 모습을 보곤 한다.
동영상으로 처음 만나는 나는 잘 알던 사람 같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였다. 녹음된 본인의 목소리를 처음 들을 때, 내 목소리가 아닌 것 같다고 느끼는 것처럼. 카메라에 비치는 모습이 내 얼굴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요즘은 아내가 일 때문에 설치한 컴퓨터 캠을 이용하여 줌 모임에 참석을 하는데, 결과물이 엉망이다. 아내가 맞춰놓은 얼짱 각도를 내가 활용을 못하는 것인지. 최대한 활용한 결과물이 이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셀카 한번 찍어본 적 없는 무경험은 이 상황을 헤쳐나갈 지혜를 주지 않는다.
줌에는 인권 보호를 위해서인지 피부를 좋게 만들어 주는 자체 필터 효과가 있다. 피부가 좋지 않은 나는 항상 필터를 최대치에 맞춰놓고, 조명을 받으며 줌 모임에 참여한다. 한껏 뽀샤시 해진 피부를 얻었지만, 잃은 것도 있다.
바로 내 눈썹.
전에 아내가 나에게 눈썹이 흐리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는데, 그냥 흘려들었었다. 거울에 비친 많은 내 단점 중 눈썹은 해당되지 않았기에.
그런데 줌에서는 다른 분들의 모습과 내 모습이 비교가 되니 나에게 없는 것이 너무 확연히 보이기 시작했다. 왜 눈 위로는 면도한 것 같은 흔적만 있는 거지? 한번 눈썹이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니 거울을 볼 때마다 눈썹만 보이며 신경 쓰이기 시작하였다.
이 얘기를 아내에게 말하니 눈썹을 좀 그려줄까? 하는 제안을 해온다. 그런데, 그건 왠지 지는 것 같아서 괜찮다고 거절을 했는데, 화면 상의 내 모습은 항상 져있다. 전에는 남자가 눈썹 문신을 하는 것이 잘 이해가 안 갔는데, 갑자기 이해와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얼마 전 회사 교육에서 강사가 눈썹 문신을 한 것을 보고 또렷한 인상을 위해선 눈썹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왠지 모를 자존심에 버티고 있지만, 줌으로 하는 모임이 지속될수록 결심이 자꾸 흔들리는 것이 느껴진다. 분명히 전에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부분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