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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원 Mar 31. 2021

'아는것은 힘'이 아니다.

"나" 한정, 최신 기술의 폐해

나는 항상 카메라발이 안 받는다고 생각했었다. 왜냐면 화장실 거울로 보는 내 모습과 사진에 찍힌 내 모습이 달랐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사진이 별로 없는 삶을 살고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줌 모임을 시작하고 이제는 동영상으로 내 모습을 보곤 한다.


동영상으로 처음 만나는 나는 잘 알던 사람 같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였다. 녹음된 본인의 목소리를 처음 들을 때, 내 목소리가 아닌 것 같다고 느끼는 것처럼. 카메라에 비치는 모습이 내 얼굴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요즘은 아내가 일 때문에 설치한 컴퓨터 캠을 이용하여 줌 모임에 참석을 하는데, 결과물이 엉망이다. 아내가 맞춰놓은 얼짱 각도를 내가 활용을 못하는 것인지. 최대한 활용한 결과물이 이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셀카 한번 찍어본 적 없는 무경험은 이 상황을 헤쳐나갈 지혜를 주지 않는다.


줌에는 인권 보호를 위해서인지 피부를 좋게 만들어 주는 자체 필터 효과가 있다. 피부가 좋지 않은 나는 항상 필터를 최대치에 맞춰놓고, 조명을 받으며 줌 모임에 참여한다. 한껏 뽀샤시 해진 피부를 얻었지만, 잃은 것도 있다.


바로 내 눈썹.


전에 아내가 나에게 눈썹이 흐리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는데, 그냥 흘려들었었다. 거울에 비친 많은 내 단점 중 눈썹은 해당되지 않았기에.

그런데 줌에서는 다른 분들의 모습과 내 모습이 비교가 되니 나에게 없는 것이 너무 확연히 보이기 시작했다. 왜 눈 위로는 면도한 것 같은 흔적만 있는 거지? 한번 눈썹이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니 거울을 볼 때마다 눈썹만 보이며 신경 쓰이기 시작하였다.


이 얘기를 아내에게 말하니 눈썹을 좀 그려줄까? 하는 제안을 해온다. 그런데, 그건 왠지 지는 것 같아서 괜찮다고 거절을 했는데, 화면 상의 내 모습은 항상 져있다. 전에는 남자가 눈썹 문신을 하는 것이 잘 이해가 안 갔는데, 갑자기 이해와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얼마 전 회사 교육에서 강사가 눈썹 문신을 한 것을 보고 또렷한 인상을 위해선 눈썹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왠지 모를 자존심에 버티고 있지만, 줌으로 하는 모임이 지속될수록 결심이 자꾸 흔들리는 것이 느껴진다. 분명히 전에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부분이었는데...

줌이라는 편리한 신기술을 얻게 되고, 자존감을 살짝 잃었다.


아는 것이 병이다.

갑. 분. 모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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