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운동을 하겠다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고, 링피트에 관심을 보여서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구입했다. 닌텐도는 이미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링피트의 후기를 봤었는데, 예상외로 엄청 힘들고, AI가 나를 농락하는 기분이라고 하였다. 사실, 구입하기는 하였지만, 운동 효과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어짜피 게임 아니던가?
새로운 게임을 본 연우가 먼저 동그란 링처럼 생긴(알고 보니 필라테스 링이라던) 도구를 사용하여 플레이를 시작하였다. 몇 년간 태권도를 다녀서 기초체력이 짱짱했던 덕분인지 어렵지 않게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였다.
게임을 구입한 목적인 아내는 평소 운동을 멀리한 사람답게 낮은 난이도로 시작하였다. 연우는 쉽게 했던 게임인데, 아내는 죽겠다며 금방 지쳐가기 시작했고, 장연우는 옆에서 ‘더 빨리! 더 빨리!’‘좀 더 내려가고! 그대로~’를 외치며, 운동을 독려하였다.
무슨 해병대 호랑이 조교처럼 운동을 시키는데 평소 엄마에 대한 감정을 폭파시키는 건지 제대로 빡시게 시켰고 아내는 열 받지만, 아들이라 화내지는 못하고 묵묵하지 않게 따라 하고 있었다.
게임 상 보스를 잡으려면 스쿼트 등의 운동자세를 취해야만 하였다. 겨우 클리어 하였지만 진짜 마왕과 싸운 것처럼 지친 아내를 보면서 게임하면서 뭐 저렇게 힘들어하냐고 비웃었더니 나보고 한번 해보란다.
나는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싶었던 사람답게 뭔가 보여주겠다고 분연히 일어섰다. 그리고, 당당하게 최고 난이도인 ‘정면승부’를 택하였다.
땀 나니까 옷 갈아입으라는 아내의 말에도, 뭐 이거 조금 움직인다고 땀을 흘리냐며 평상복 그대로 게임을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가뿐한 줄 알았는데, 스쿼트 횟수가 아내의 2배는 되는 것 같았다. 게다가 한번 내려간 다음에 잠시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데... 아 지옥의 고통이었다. 나는 평소 PT를 받아보지 않았지만, 이런 게 PT 받을 때 죽을 거 같은 기분이란 것을 알 수 있었고, 장연우는 내 옆에서 진짜 PT 선생님처럼 자세를 교정시키며 나를 힘들게 하였다.
마침내 보스를 잡은 후에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장연우는 분명 쉽게 했는데... 참고로 연우도 최고 난이도인 정면승부였다.
나랑 아내는 체력의 한계로 스테이지 2개 이상 하기 힘든데, 장연우는 3일째 되는 날 벌써 순수 운동시간이 3시간이 넘어갔다.
키 안 클까봐 적당히 하라는데 쉬지 않는다. 어릴 때 많이 들었던 어른들의 좋은 말을 해주고 싶다.
“공부를 그렇게 좀 해라 이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