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골방

by 자자카 JaJaKa

이 이야기는 내가 고등학교 1학년 시절의 얘기다. 당시 몇몇 학생들 사이에서 주말에 비디오 보러 가자,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주말이 지난 이후에 “정말 끝내 줬어.” “나는 지금도 심장이 떨려.” “지난주 거는 조금 시시하지 않았냐?” “지루해서 후반부에는 졸리더라.” 등등의 얘기를 소곤소곤 나누는 무리들 사이에 나는 나의 레이더를 살짝 집어넣었다.


고등학교 1학년 당시 나는 체격도 왜소하고 공부도 그냥저냥 평범하고 그다지 눈에 잘 띄지 않은 학생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비디오 보러 가자,라는 말을 하는 반 친구는 한 명도 없었다.

비디오를 보고 왔다는 아이가 점점 늘어가자 내 궁금증도 조금씩 커져 갔다.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CD도 없었고 지금처럼 케이블 TV도 없었던 시절이라 비디오 대여점에서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다가 집에서 보고는 했다. 어느 동네나 한두 군데의 비디오 대여점은 있었고 당시 극장에서 유행하던 지나간 홍콩 영화를 많이 빌려다 보고는 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다가 한 아이의 집에서 다 같이 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내 레이더망에 걸린 정보를 분석한 결과 비디오를 보는 장소가 역전에 있는 한 비디오 대여점의 골방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떠벌리고 다니기를 좋아하는 한 아이에게 육개장 컵라면과 크림빵을 사주고 들은 정보였다.


그 아이의 이야기에 따르면 역전 근처의 한 비디오 대여점에 딸린 골방에서 은밀하게 비디오를 시청한다는 것이었다. 그곳 사장과 줄이 닿은 애가 예약을 하면 그 시간에 맞춰서 야한 비디오를 틀어준다는 것이다. 방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 한 번에 볼 수 있는 인원은 최대 네 명이라는 얘기와 함께 정말 돈이 안 아까울 정도로 끝내준다는 얘기로 마무리를 지었다.


뭐가 그렇게 끝내준다는 나의 물음에 그는 직접 가서 보라고, 아무리 설명해야 못 알아듣는다는 말을 하며 마지막 남은 컵라면의 국물을 후루룩 마시고는 나에게 호기심과 궁금증을 잔뜩 남겨둔 채 유유히 사라졌다.

그때부터 나는 나를 그곳으로 데리고 가줄 애들을 물색했다.

너무나 궁금했다. 도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그곳을 다녀온 아이들이 소곤소곤 얘기를 나누는 대화에 나도 끼고 싶었다.




작은 골방에서 네 명의 학생들이 각자 자신의 양반다리 위에 바닥에 깔고 앉아야 할 방석을 올려놓고 시청을 한다는 그 비디오가 대체 무엇이기에 다들 홍조를 띠고 흥분을 해서 얘기를 하는 것인지...


규칙이 있다면 비디오를 보는 내내 다른 애에게 장난을 치거나 시청에 방해가 되는 소리를 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말에는 예약이 꽉 차서 네 명의 학생이 보고 나간 그 방에 다른 학교의 학생 네 명이 바로바로 들어간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래서 비디오 시청이 끝난 뒤에는 바로 일어나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적미적거리며 시간을 끌면서 잘 나오지 않으려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나는 애들이 껴주지 않자 주말에 나 혼자 역전 주변을 돌아다녀보았다. 아무리 찾아봐도 비디오대여점이 보이지 않았고 괜히 껄렁껄렁하고 인상이 험악한 애들에게 쫓겨 줄행랑을 쳐야만 했다.

그 이후에는 그곳 근처를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도 보고 싶었다.


그 후 열심히 로비를 해서 나도 그곳에 갈 수 있는 날이 오게 되었다.

너무 많은 말을 들어서 그런지 가기도 전에 심장이 벌렁거려서 내가 제대로 그곳까지 갈 수 있을지가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예약한 주말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끝내 나와는 인연이 없었는지 그 비디오대여점의 골방에 가지 못했다. 하필이면 단속이 뜨는 바람에 문을 닫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누군가가 일부러 꼰질렀다는 얘기도 들렸고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말도 들었다.

어찌 됐든 기대하고 고대하고 있던 나는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그 비디오대여점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말이 들리기도 했고 그 자리에 다른 가게가 문을 열었다는 얘기도 들렸다.

비디오 골방에 못 가본 나는 기억을 하는데 그곳에 갔던 애들은 아직도 그곳을 기억할까?

못 가봤기 때문에 아쉬움에 나는 기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노래방이 생기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비디오방이 생겼으니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그 시절에 그 골방이 최초의 비디오방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다른 지역, 다른 도시에도 그런 곳이 더 있었을지 모르겠다.

순진한 학생들을 상대로 돈을 버는 양심에 털이 난 어른들은 어디에나 있었을 테니깐.


그래서 그때 본 야한 비디오가 대체 뭐래요?라고 묻는 분이 계시다면 저도 보지 못해서 모른답니다,라고 밖에 대답을 드릴 수 없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진짜 못 봤어요. 진짜예요...






사실과 허구가 적절하게 섞인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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