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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유>

자작가의 소박한(?) 꿈

by 자작가 JaJaKa

그게 언제였던가? 몇 년 전이었는데 날짜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장소는 정확히 기억이 난다. 아내와 공덕역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보행신호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그때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나 청량하고 고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에 깜짝 놀란 내 귀가 저절로 귓구멍을 크게 열었다.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노래가 나오는 진원지를 찾으려 했다.


“이 노래 들려?”

내 말에 아내가 “어?”하는 소리를 하더니 귀를 기울이는 몸짓을 했다.

“어, 들려. 이거 아이유 목소리 같은데?”

“진짜? 아이유라고? 아이유가 이런 노래도 불렀어?”

나보다 노래를 많이 아는 아내의 말이니 분명 맞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익숙한 멜로디를 아이유님이 불렀다고?


“이 노래 제목이 뭔데?”

내 질문에 아내가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요즘 아이유가 여러 가수의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부르고 있거든, 아마 그중에 하나 일거야. 집에 가서 내가 금방 찾아줄게. 조금만 기다려봐.”

그때 내가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우연찮은 기회에 들은 노래가 아이유님이 리메이크한 곡인 ‘너의 의미’였다.

마치 하늘에 있는 누군가가 플레이 버튼을 눌러서 내게 들려준 것만 같았던 노래.

그 후에 한동안 ‘너의 의미’를 무한 반복해서 들었다. 어찌나 목소리가 예쁘고 아름다운지.

아내가 “이제 그만 들어. 어떻게 한 노래만 그렇게 하루 종일 듣고 있냐? 질리지도 않아?”라고 말할 정도로 그 노래만 들었다.


사실 나는 그 노래 속에 김창완님이 부른 부분을 내가 대신해서 부르는 상상을 했다. 아이유와 자작가의 콜라보? 내지는 아이유와 자작가의 혼성 듀엣?을 꿈꾸었던 것 같다. 아니 꿈을 꾸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눈을 맞추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찾아보니 이적과 유재석님이〈처진 달팽이〉라는 그룹으로 노래를 부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나도 아이유님과 혼성 듀엣으로 노래를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허황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냥 저 혼자만의 꿈이니 아이유님 팬 분들께서는 언짢아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꿈을 꿔 볼 수는 있잖아요. 그러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실제 그런 일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나도 안다. 내가 소설가가 되어 베스트셀러 작가부문에 자작가라는 이름이 올라가는 것보다도 훨씬 어렵다는 것을. 어쩌면 내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문학상을 수상하는 것보다도 더 힘들다는 것을.


그러나 꿈이니 한번 꾸어 볼 수도 있지 아닐까?

그게 가능한 일이건 가능하지 않은 일이건.

그래서 그때 이름도 지어 놓았다.

혼자 고심 고심하면서.

그래서 지은 이름은,

〈그래유〉

개인적으로 나는 너무 괜찮게 잘 지은 것 같은데, 흠...

만약에, 진짜 만약에 아이유님과 자작가의 혼성 듀엣 〈그래유〉가 결성이 되면... 아웅~


몇 년 전에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한 이 일이 지금까지도 내내 마음속에 있는 것을 보면 아직 포기를 못한 상태인가 보다. 아니 앞으로도 계속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일은 모르는 거니깐.

그러려면 먼저 작가로 데뷔를 하고 이름을 날려야 할 텐데.

갈 길이 아득하게 멀기만 하다.


혹시 모르니 먼저 노래 연습을 시작해야 하나!


그런데 제가 음치라는 것은 말씀을 드렸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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