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비친 창가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니
한 아이가 걸어간다
서너 살쯤 되었을까?
눈이 덮인 아파트 길을 걸어가며
뭐가 그리 좋은지 까르르 웃는다
아이 혼자 걸어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조금 걱정이 되던 찰나 아이가 눈길에 미끄러진다
아이는 넘어진 채로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본다
자신에게 도움을 줄 손길을 기다리는 듯
아이 뒤를 천천히 쫓아오던 엄마는 아이가 넘어졌는데도
별 일 아니라는 듯 그저 무심하게
‘괜찮아, 일어나야지’하고 말만 할 뿐 일으켜 세워주지는 않는다
엄마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그저 살짝 미끄러졌는지
아이는 벌떡 일어나 눈이 묻은 바지를 대충 털고는
다시 기분이 좋은 듯 앞으로 뛰어나간다
엄마는 그저 아이를 바라보며 뒤를 따라갈 뿐이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데도
아이는 그저 신이 난 듯 보인다
눈이 내린 것이 너무 좋았던 것일까?
갑갑했던 집안을 벗어나 밖으로 나와서 너무 신났던 것일까?
아이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을 발견하고는
그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눈사람을 바라보던 아이가 엄마에게 뭐라고 쫑알거리고는
이윽고 주위에 있는 눈을 손으로 모으더니
눈사람의 엉덩이에다가 배에다가 조금씩 눈을 붙여준다
머리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데도
아이는 지치지도 않는지
눈사람을 과체중으로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엄마가 추운지 이제 그만 들어가자고 해도
아이는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연신 혼자 중얼거리며 눈을 뭉치고
뭉친 눈을 가져다가 눈사람에다가 붙인다
눈사람은 조금씩 뚱뚱해진다
살이 늘어난다
배가 볼록해진다
눈사람이 아이에게 미소를 지어 보낸다
아이는 추위도 잊은 채
엄마의 존재도 잊은 채
자기만의 세상 속에 있다
오직 아이와 눈사람만이 존재하는 세상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