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 앞에서

by 자자카 JaJaKa

1월 말인 지금은 그래도 12월 말보다는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오후 다섯 시 전에 어두웠던 것이 지금은 아직 밖이 환하다. 해가 조금씩 기울어지면서 햇빛이 낮게 드리워지는 시간이 오면 곧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다섯 시 반이 지나면서 조금씩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고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밖은 어둠이 짙어져만 간다. 주위가 어둠에 싸일 때쯤이면 어디선가 마법사의 지팡이가 뿅 하고 나오듯이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진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낮의 환함이 어둠에 그 자리를 내주고 다음날 아침을 위해 사라질 때 비로소 낮과 밤이 교차하는 그 순간을 보게 된다.


해가 떠오를 때와 해가 질 때의 풍경 중에서 사람들은 어떤 것을 더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해가 질 때의 풍경이 더 가슴에 와닿는다고 해야 할까.

날씨가 좋은 날에 하늘이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그 풍경은 어떤 화가라도 표현하지 못할 만큼 숨이 막히게 아름답다. 때로는 벅차오르는 감동에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서 있고는 한다.


마치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 같은 화면이 끝도 모를 하늘 위에 펼쳐져 있는 것 같은 풍경을 운이 좋은 날에는 만나게 된다. 점점 붉게 물드는 노을과 선명하면서도 동그랗게 지평선을 향해, 도시에서는 건너편 아파트 사이로 사라져 가는 태양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엄숙해지고는 한다.

물론 해가 떠오를 때의 장면도 멋지다. 저 멀리 수평선 끝자락에서 조금씩 빛이 새어져 나오고 조금씩 밝아져 가다가 어느새 고개를 살짝 내미는 해를 볼 때면 가슴이 뭉클하고는 한다.

해가 그 모습을 드러낼수록 점점 더 눈이 부셔서 쳐다보지 못하게 되지만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볼 때면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고 삶의 희망 같은 것이 느껴지면서 얼굴 가득 미소가 퍼져 나간다. 자연의 신비 앞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옛 스승들은 어둠이 밝음으로 바뀌는 그 새벽녘의 시간이 참선이나 명상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라고 했다. 새벽녘에 일어나 주위가 모두 캄캄한 시간에 조용히 앉아서 점차 날이 밝아 오는 그 시간을 바라보며 명상을 한다면 평상시보다 집중이 잘 된다고 했다.


물론 나는 그 시간이면 한참 잘 시간이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그 시간에 깨어서 명상을 하든, 글을 쓰든 나만의 일상을 만들어 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


어둠이 밝음으로 바뀌는 그 시간에 깨어서 그 광경을 매일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 앞에서 나는 문득 내 삶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해가 뜰 때처럼 내 삶도 처음의 시작이 있었고,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처럼 내 삶도 청춘의 열정과 젊음으로 가득 차 있을 때가 있었고, 해가 질 때처럼 내 삶도 그 마지막이 있을 것이다.


내 삶도 언젠가는 해가 저물어가듯이 저물어 가는 시간이 올 것이고 그 앞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서 있게 될까.


마지막 순간에도 인생을 알까 모르겠지만 분명 하루해가 떴나 싶은데 금방 저물어가듯이 인생도 언제 이렇게 빨리 순식간에 지나갔나 하는 생각에 조금은 멍하니, 조금은 허무하게 지나온 삶의 자취를 돌아보지 않을까.

그렇게 삶의 일몰 앞에 서면 해가 저물어가는 풍경을 바라보듯이 내 삶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해가 뜨고 지고, 꽃이 피고 지듯이 우리네 삶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끝이 있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오후의 시간 창밖은 조금씩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창가에 서서 조금씩 어두워지는 광경을 바라보고는 한다. 낮이 밤으로 조금씩 바뀌어가는 그 시간을 말없이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가라앉고는 한다.

때로는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고, 때로는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기억이 내달리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도 있고, 때로는 그냥 멍하니 초점 없는 시선으로 밖을 내다보고는 한다.

하루도 어김없이 시간은 매일 달라질지라도 낮과 밤은, 밤과 낮은 그렇게 서로의 자리를 내어주고는 한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앞에 나는 오늘도 서 있다. 내일도 서 있을지는 모른다. 내일 일은 내일에 맡겨두고 오늘은 오늘 이 시간 앞에서 해가 저물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것이다. 낮이 밤으로 바뀌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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