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가는 식당이 있다. 가게에 들어설 때 식당 사장이 우리의 얼굴을 알아보고 서로가 인사를 나누는 정도인 식당이다.
하루는 그 식당에 가서 평소처럼 저녁을 먹었다. 나는 돈가스를 와이프는 덮밥을 주문하고 식사가 나오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우리의 식사가 나왔는데 대뜸 식당 사장이 “죄송해서 어떡하죠. 돈가스가 다 나가고 마지막에 남은 거라 양이 얼마 안 돼요. 죄송해요.”라고 말하면서 가지고 온 음식을 내려놓았다. 식탁에 놓인 돈가스를 보니 평소의 양보다 적었다. 평소의 양의 절반정도는 아니더라도 한눈에 보기에도 적은 양이었다.
돈가스를 말없이 쳐다보는데 사장이 계속해서 말했다. “죄송해요. 다음에 오시면 양을 더 많이 드릴게요. 그리고 대신 밥이나 다른 거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더 갖다 드릴게요. 그리고 부침개를 서비스로 드릴 테니깐 드셔보세요. 맛이 괜찮아요.” 사장의 얘기에 그 순간에는 알았다고 다음에 더 주시라고 대답을 했지만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일단 아내와 떨떠름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하는데 양이 적다 보니 배가 부르지 않게 먹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양이 적으니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서비스라고 준 부침개는 진짜 서비스라고 할 만큼의 작고 얇은 부침개였다. 돈가스 양이 적은데 밥 양을 더 준다니 도대체 뭐에 다가 먹으라고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설상가상 아내가 주문한 새로 시작한 메뉴인 덮밥의 맛은 평균보다 떨어지는 한마디로 말해서 맛이 없었다. 아내가 주문한 덮밥을 조금이나마 뺏어 먹으려고 했는데 그럴 수도 없게 되었다. 아내도 다 못 먹겠는지 덮밥을 남기고 나왔기 때문이다. 나와 아내는 대충 허기를 때우는 식으로 식사를 하고 나왔다.
식사를 하고 나와서 잠시 걷다가 생각을 해보니 은근히 기분이 나빠졌다. 우리를 뭘로 보고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무시당한 것 같아 불쾌한 마음이 일어났다. 사장은 나름대로 우리의 얼굴을 아니깐 이해를 해줄 거라는 생각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는 사람이 올수록 더 잘해줘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적으로 반복해서 손님이 오도록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잠시 잊지 않았나 싶다.
돈가스 양이 적다고 해서 돈을 적게 받은 것도 아니다. 어차피 양이 적거나 같거나 많거나 가격은 똑같았다. 그 정도 돈가스 양이면 차라리 나한테 다시 와서 돈가스가 다 떨어졌으니 다른 메뉴를 시키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남은 돈가스를 서비스로 주었다면 정말로 장사 수완이 좋았을 텐데.
그러나 나에게 한마디 묻지도 않았고 그렇게 양이 적은 마지막 남은 찌끄러기를 줘도 무방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만약에 반대의 입장이었다면 그 사장은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그냥 주는 대로 고맙게 먹었을까.
정량 미달인 걸 알면서 음식을 먹으라고 갖다 준 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솔직히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 내놓는 음식은 내놓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내가 뭐 얻어먹는 처지도 아니고 내 돈 내고 내가 사 먹는 음식인데 말이다. 죄송해하며 내놓을 거면 차라리 팔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저녁을 먹었다고 하지만 먹은 거 같지 않게 먹고서 아내와 산책을 하면서 나는 아내에게 우리가 처음 가는 손님도 아니고 어떻게 우리한테 죄송해할 음식을 내놓은 건지 솔직히 기분이 나쁘다고 얘기를 했다. 지금 심정으로는 앞으로 저 음식점에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고 아내도 나만큼은 아니지만 불쾌하다는 표현을 했다.
처음 손님이 오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손님이 다시 방문하게끔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별로 중요한 손님이 아닐지라도 그 식당은 두 명의 손님을 잃은 것이다. 손님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지만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 받고 파는 음식은 그에 맞게 손님의 식탁에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