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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Feb 07. 2022

추억의 음식

누구든지 하나쯤은 추억의 음식이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떠오르는 추억의 음식이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학교 앞 분식점에서 팔던 핫도그가 생각이 난다. 나무젓가락에 끼워져서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튀겨진 핫도그를 툭툭 털어 기름을 제거하고는 케첩을 잔뜩 뿌려 건네주면 조금이라도 케첩이 흘릴세라 입을 먼저 가져다 대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뿐 아니라 한 입 베어 물면 설탕물이 줄줄 흘러내리던 기름기가 잘잘 흐르던 호떡도, 앙꼬가 들어있던 김이 모락모락 나던 풀빵도, 다양한 종류의 뻥튀기도 다 추억의 음식들일 것이다.     


그중에서 오늘 나를 추억의 여행 속으로 안내한 음식은 다름 아닌 수수부꾸미이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수수가루를 반죽하여 그 속에다 단팥 앙금을 넣어서 수수부꾸미를 해 먹었다.

재료는 다 주문을 한 거지만 아내가 반죽을 하여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서 단팥 앙금을 넣어 수수부꾸미를 만들어주었다.     


비록 모양새는 찌그러지고 속이 터져 나와 예쁘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맛만큼은 옛날 생각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창밖의 날씨도 꾸물꾸물거려서 그런지 몰라도 오늘 먹은 수수부꾸미가 나를 어렸을 적 그 시절로 이끌었다.


엄마인지 할머니인지 누나인지 아무튼 누군가의 손을 잡고 시장 어귀에서 팔던 수수부꾸미를 먹었더랬다.

어떤 맛인지 누구랑 함께 먹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지금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시장 곳곳에서 풍겨오는 음식 냄새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군침을 흘리던 내가 분명 칭얼거렸을 것이다. 이거 먹고 싶어, 저거 먹고 싶어, 하며 징징 대었을 것이고 보다 못한 내 손을 잡고 가던 누군가가 사준 음식이 바로 수수부꾸미였으리라 짐작이 된다.

다른 많은 시장 먹거리 중에서 왜 수수부꾸미였을까? 내게 그 음식을 맛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처음에는 모양새가 그리 맛있어 보이지 않아서 고개를 돌리며 안 먹겠다고 했다가 결국 못 이기는 척 한 입 베어 물고 났을 때는 그 안에 들어있는 팥의 달콤함에 눈을 동그랗게 떴을 것이다.

“이게 뭐야?” 하며 새롭게 맛본 음식에 대한 매력에 휩싸이고 그 강렬한 맛이 오래도록 입 안에 남아 그 여운이 지금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왜냐하면 가끔 생각나는 음식 중에 수수부꾸미가 항상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많은 음식들 중에서 가끔씩 수수부꾸미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가물가물한 기억 저편 어딘가에 그 음식에 대한 다른 추억이 있어서일까?     


나는 오늘 커피에다가 수수부꾸미 두 조각을 해치웠다. 마지막에 그릇에 남아있던 단팥 앙금을 쓱쓱 긁어먹고 나니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 시절 먹은 수수부꾸미와 맛이 같지는 않을지라도 그때 먹었던 향수를 떠올리기에는 충분했다.

다시 오지 않을 그 시절, 남은 건 그때 맛본 음식 맛뿐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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