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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Feb 24. 2022

건축 탐구 집

EBS의 프로그램 중에 건축 탐구 집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 부부가 보는 몇 안 되는 프로 중의 하나인데 그 프로그램에서는 제목에서 드러난 그대로 집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아파트나 다가구주택이 아닌 각각의 건축주들의 개성과 취향을 담은 다양한 집들이 소개가 되는데 그중에서 우리 부부의 관심을 끄는 집들이 나올 때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시청을 한다.


거기에서 소개되는 집들을 보며 나는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하고 다시금 어서 이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나 자신을 꿈꾸기도 한다.     


물론 소개된 모든 집들이 다 마음에 들지는 않더라도, 어차피 내가 사는 집이 아니니 내가 마음에 들고 자시고 할 것도 없지만, 나는 거기에서 소개된 집들을 보면서 참 좋다, 당장이라도 가서 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보면서 집이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참 멋있게 잘 지었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인테리어가 멋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감각이 돋보인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아이디어가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집이 참 아늑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집에서 보는 풍경이 정말 좋다, 멋지다,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저런 곳에서 나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일어나고는 한다.     


도심을 벗어나 언제쯤 나도 저런 곳에서 삶을 살아갈지 아직은 모르지만 그때를 나는 기다리고 있다. 10년 후쯤이면 가능할지 모르겠다.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 도화지 상태이지만 이미 그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났으니 언젠가는 밑그림이 그려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 프로그램에 나온 출연자 중에는 땅을 본 순간 바로 이곳이다, 라는 느낌이 왔다는 분도 있었다.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그분들을 끌어당겼는지 모르지만 인연이 닿는 곳이 있기는 있는 것 같다. 출연자들 모두가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을 보면 그런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지역에서 어떤 집을 짓고 살아가거나 또는 이미 어떤 식으로 지어진 집에서 살아가게 될까? 

아직까지는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어느 지역이 나오면 그곳도 마음에 들어 보이고 다른 지역이 나오면 그곳 또한 살기 좋아 보인다. 그래서 후보지는 너무나 많다. 이래서야 지역을 선택이나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건축 탐구 집을 보면서 대략 건축가는 누구로 할지 우리 부부의 마음속에서 후보자가 압축이 된 반면 지역은 아직 활짝 열려 있는 상태이다.      


막연하게 생각만 하다가 흐지부지 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될 정도로 아무것도 추진을 하지 못하고 그저 건축 탐구 집을 보면서 우리도 언젠가 저런 곳에서 저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지인 중에 누가 먼저 가서 자리를 잡고 있다가 우리를 불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그저 먼저 가서 살고 있는 분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다 보면 한 편의 프로그램이 끝이 나고는 한다.

     

때로는 집 말고도 정원에 시선이 갈 때도 있다. 정말 정원인지 숲인지 헷갈릴 정도로 잘 가꾸어진 정원을 보고는 입이 떡 벌어진 채 그저 할 말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하루 이틀 걸려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 살고 있는 분들의 부지런한 노력과 정성의 결과물일 것이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 상황에 집 앞에 잠시 나가려고 해도 마스크를 쓰고 나가야 하는데 그분들은 자신의 정원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돌아다니며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부럽게 느껴지던지. 아마 어떤 부자도 부럽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 정원을 보면서 나도 꼽사리를 끼었으면, 저기서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자연 속에서 며칠 지내다 왔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을 해본다.      


미래의 나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어느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

나의 집은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집 앞에 앉아 차를 마시며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만으로도 나는 지금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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