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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Apr 01. 2022

봐봐, 나 살 빠진 거 같지 않아?

“자기야 봐봐, 나 살 빠진 거 같지 않아?”

매일은 아니어도 아내가 나한테 자주 묻는 질문이다. 심심풀이 땅콩도 아니고 이 질문을 왜 하는 걸까?

     

오늘도 아내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엘리베이터 문에 비친 자신의 다리를 보며 나한테 물었다.

“다리가 조금 홀쭉해진 것 같지 않아?”

     

아니 똑같거든. 어제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거든 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내뱉지는 못하고 그대로 삼켜 버렸다. 내 입에서는 속마음과는 다른 대답이 나왔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잘 봐봐. 오늘 서랍장에 넣어 둔 바지를 꺼내서 입어봤는데 물론 아직 꽉 끼기는 하지만 허리가 조금은 맞는 것 같았거든. 왜 그런 느낌 있잖아. 여기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맞을 것 같은 느낌, 알지? 내가 무슨 말하려는지?”     


몰라, 모른다고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그저 그 말에 동의한다는 제스처로 고개를 까딱하고 끄덕였다.




밖에서 볼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소파에 앉아 쉬고 있던 아내가 자신의 뱃살을 요기조기 만져보더니 나에게 손짓을 했다.

“자기야, 이리 와서 내 뱃살 좀 만져봐. 요즘 플랭크를 했더니 뱃살이 좀 빠진 거 같아. 얼른 이리 와서 만져보라니깐.”    

 

나는 잔뜩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 쪽으로 걸어가 그녀가 만져보라는 부위를 손으로 만졌다.

어디가 빠졌다는 건지 도대체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아내가 눈을 깜빡이며 쳐다보았다.

     

‘아 정말 난감하네.’ 하는 생각으로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나에게 아내가 말했다.

“좀 빠진 거 같지? 그치? 위쪽 뱃살이 조금 들어간 거 같지 않아?”   

  

“그런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빠졌다니깐 그러네. 여기하고 여기가 느낌이 다르잖아.”     


나는 아내의 시선을 피하며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목이 마른 척 물을 마시러 갔다. 내 뒤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기는 예리한 것 같으면서도 보면 은근히 무딘 것 같아. 나는 딱 봐도 알겠구먼.”     




며칠 뒤 저녁식사를 하고 난 후 아내가 손으로 자신의 볼 부분을 요리조리 만져보며 갑자기 붕어라도 된 거 마냥 입술을 오므렸다 벌렸다 하더니 “나 얼굴 살이 조금 빠진 거 같아.”라고 나를 향해 말했다.  

   

입술을 그렇게 붕어처럼 오므리면 누구나 다 볼 살이 빠져 보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내를 바라보았다.

잔뜩 기대에 찬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붕어처럼 뻐금거리는 아내를 보고 있자니 ‘그래, 이게 무슨 어려운 일이라고.’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내에게 말했다.   

  

“그러네. 그러고 보니 볼 살이 약간 빠진 것 같은데. 볼이 홀쭉해진 것 같아. 턱 선이 보이는 것이 분명히 빠졌네. 빠졌어.”    

 

내 말에 아내의 얼굴이 헤실헤실 풀어지면서 만족한 듯한 눈빛을 보냈다.

“그치? 빠진 것 같지? 내가 요즘에 식사량을 줄였더니 볼이 조금 홀쭉해진 것 같아. 턱 있는 부분도 턱 라인이 느껴져.”     


내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과 다른 말을 하면 어떠리. 아내가 저리 흐뭇하게 미소를 짓는데.

     

‘근데 자기야 그거 알아? 체중계는 거짓말을 안 하는 거? 나한테 묻지 말고 체중계에 올라가 보는 건 어때?’


이 글을 읽고 아프리카 코뿔소처럼 나에게 달려들 아내를 생각하니 왠지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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