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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하나 다스리기가 이리 어렵구나

by 자작가 JaJaKa

주말 저녁 아내와 산책을 하러 나갔는데

갑자기 감정이 뚝 하고 저 밑으로 떨어진다.

그러면서 어디선가부터 스물스물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쉼 호흡을 해보지만 진정이 되지 않는다.


아내는 그런 나의 상태를 알지 못한 채

옆에서 조잘조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얘기를 한다.

나는 아내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문 채 그저 앞만 보고 걷는다.

내가 지금 말하기가 싫은 상황이라고, 내가 지금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나는 그저 입을 꾹 다물고 걸음만 옮긴다.


어느 순간 아내가 내 상태를 눈치챘는지 조용히 입을 다물고는 내 뒤에서 걷기 시작한다.

속으로 어떤 말을 하고 있을지 모르나 입 밖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걸음만 옮긴다.

나는 밀물처럼 밀려오는 짜증과 우울함을 어쩌지 못하고 그저 발걸음을 옮기면서 얼른 산책을 마치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속도를 낸다.

별 일이 없다가 갑자기 돌변하는 내 마음을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이 상황이 싫다.

내 마음 하나 다스리기가 이리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다.

분명 내 마음이건만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니......

그러고도 내 마음이라 할 수 있을까?


얼른 집으로 돌아와 필요시에 먹으라고 처방해준 약을 냉큼 입 안에 털어 넣는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 불안한 나의 마음이 가라앉기를, 요동치는 나의 마음이 진정이 되기를 기다린다.

마음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다 갑자기 지금 이 상태를 글로 남기고 싶은 생각에 서둘러 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책상 앞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가라앉겠지만 어쩔 때 보면 내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 정도로 내 마음 같지가 않다.

내 뜻대로, 정말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가 없을 때 특히 그렇다.


많이 좋아졌다가도 이럴 때면 한숨이 나온다.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 이 마음과 저 마음, 두 마음이 격렬하게 싸우듯 나를 흔들어대고 나는 그저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묵묵히 바랄 뿐이다.


아내는 표정이 굳어진 나를 보며 왜 저럴까? 하겠지만

나도 딱히 설명할 수가 없고 또한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어서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이럴 때면 내 마음 하나 다스리기가 이리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다른 사람의 마음도 아니고 내 마음 인대도.

참으로 마음, 마음, 마음이여 너는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런 것인지.

형체도 없고 냄새도 없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이 마음,

너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류시화 시인의 시 ‘내 안을 흔드는 그대’ 중에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여기서 내 안에 있는 이를 다른 말로 마음이라고 한다면

마음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들지 말고 그저 나를 내버려 두면 안 되겠소?

풍랑을 만난 바다가 아니라 바람 한 점 없는 잔잔한 바다이고 싶은 나의 바람을 외면하지 말고 그냥 날 내버려 둘 수는 없겠소?


내 안에 있건만 분명 내 것이건만 어찌 내 뜻대로 할 수가 없는 것인지.

세상을 다스리는 것도 아니고 내 마음 하나 다스리는 것이 이리 어렵고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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