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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May 15. 2022

뜻밖의 가을밤의 클래식 음악회

2019년 가을의 어느 날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갔는데 뜻밖에 클래식 음악회가 경의선 숲길 공원의 한 잔디밭에서 열리고 있었다.

마포구에서 주최하는 행사의 일환이라고 하는데 바람이 약간은 쌀쌀하게 느껴지는 9월 중순의 가을밤에 우연하게도 클래식 음악을 야외에서 들을 수 있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삼중주가 산책을 나온 많은 주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잔디밭에 앉거나 옆에 서서 듣는 클래식 음악은 가을밤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 주었다.

물론 나를 포함하여 클래식 음악을 자주 접할 수 없는 일반 시민들에게 모처럼 큰 즐거움을 주었으리라 생각이 된다. 이런 찾아가는 음악회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산책을 하는 공원이다 보니 강아지 짖는 소리, 아기가 칭얼대며 우는 소리, 큰 소리로 얘기하며 걸어가는 사람들의 소리 등 다양한 소음 때문에 다소 집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공원 가득 울려 퍼지는 클래식 연주 소리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연주를 듣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곡을 연주한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아쉬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어느새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다. 몇 곡 듣지 못한 거 같은데.      


그런데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다 보니 한두 곡을 제외하고는 어떤 곡을 연주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연주를 하기 전에 어떤 곡을 연주할 것이고 어떤 내용인지 간략하게 설명을 해 주었건만 어렴풋하게만 기억이 나고. 이럴 때는 내 기억력의 한계를 느낀다.

어제 들은 건데도 오늘 기억이 나지 않다니, 이것 참.

어떤 영화에도 수록되어서 유명해졌다는 곡도 연주했는데.      


갑작스럽게 날씨가 쌀쌀해져서인지 몰라도 연주자들의 실수도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들 웃음과 박수로 격려를 하며 그 시간을 즐기는 듯했다.

오늘 못다 한 산책은 내일로 미뤄야겠지만 오늘 클래식 음악회를 듣지 못한다면 다시 그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마지막 앙코르 공연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음악회가 끝나고 사람들의 힘찬 박수소리가 공원에 울려 퍼졌다.   




내가 TV가 아닌 처음으로 직접 가서 클래식 음악을 들은 것은 아마도 결혼하고 나서 일 것이다. 지인에게서 클래식 음악회 초대권을 받았다고 아내가 함께 가자고 해서 광화문 교보빌딩의 아마도 꼭대기 층이 아닌가 싶은데,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곳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간 것이 처음이었다.


기억이 희미해서 관현악 삼중주, 사중주, 그 외에 어떤 것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실 가기 전에는 듣다가 졸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을 하기는 했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음악회가 시작하기 전에 나눠준 팸플릿을 보면서 어떤 곡을 연주하게 될지 미리 보다가 내가 아는 곡이 있는 것을 보고 속으로 ‘아싸’를 외치기도 했다.

아마도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많이 알려진 곡으로 연주 목록을 정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아는 곡을 연주할 때는 나도 모르게 눈을 감으며 몰입까지는 아니어도 다른 곡들보다 더 집중해서 들었다.

꽤 긴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 것으로 기억을 한다.

홀 안을 가득 울려 퍼지던 연주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다.

사람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소리와 이어지는 앙코르 연주, 그 모든 것이 좋았었다.

그리고 연주가 다 끝난 다음에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의 물결이 밀려왔다.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예전부터 사는 집 또는 있는 집 사람들이나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생각을 했다.

왠지 나에게는 거리가 먼 음악이고 일반 사람들에게 문턱이 높은 음악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과거에는 클래식 음악을 들을 기회도 많지 않았고 그런 여유도 있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해서 최근에는 찾아가는 음악회라던가 산골음악회 등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서 연주자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는 한다.

형식을 고집하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클래식을 알리는 모습을 TV 방송을 통해 보았다.

그래서 나 같은 클래식을 모르는 일반 사람들도 그리고 음악회가 열리는 콘서트홀에 찾아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클래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생겼다. 참 고무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      


소규모의 클래식 음악회만 가도 이렇게 좋은데 만약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광경을 보고 듣는다면 어떨까 싶다.

압도되는 느낌에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는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까.

지인에게서 받은 초대권으로 가 본 음악회를 제외하고는 아직 내 돈 내고 클래식 음악회에 가 본 기억이 없다.


바빠서 그랬을까. 별로 크게 관심이 없어서일까. 아직도 내게는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일까. 문화생활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싶은데 마음뿐이다.     


얼마 전에 아내가 누가 들어보라고 했다며 유튜브에서 외국의 한 관현악단이 환희의 송가를 연주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왜 들어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곡도 너무 좋았고 연주도 좋았다. 유튜브가 아니라 직접 들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뜻밖의 가을밤의 클래식 음악회......

나는 클래식을 잘 모르지만 가을밤에 울려 퍼지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연주 소리가 좋았다. 기대치 않았던 일이라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음악소리와 함께 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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