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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Apr 17. 2022

나 자신에게 주는 작은 보상

2021년 봄

잘 썼건 잘 쓰지 못했건 한 편의 단편소설을 다 쓰고 났을 때 나는 나 자신에게 커피 한잔을 작은 보상으로 주기로 했다.

집에서 내가 물주전자를 올려서 직접 끓여서 마시는 커피가 아니라 커피숍에 가서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느 때부터인가 나도 나 자신에게 작은 보상을 주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그 뒤부터는 단편소설을 쓰고 나면 맛있는 커피를 나에게 선물로 주기로 했다.   

  

그런데 실제로 나가서 커피를 마신 것은 몇 번 되지 않는다.

때로는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등 날씨가 허락하지 않아서 나가지를 못했고, 나갔다가 너무 추워서 다시 들어오기도 했다.

공원을 잠깐 걷고 나서 커피를 마셔야지, 하고 산책을 하고 오면 우리가 앉을자리가 없어서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지쳐 그냥 돌아오기도 했다.     

 

테이크아웃하면 되지 않나? 하고 생각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테이크아웃해서 마실 날씨가 아닌지라 그것도 어려웠다.

이상하게 커피를 마시려고 작정을 하고 나가면 꼭 그랬다.

마치 괜한 돈 쓰지 말고 그냥 집에 가서 네가 직접 타서 마셔,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대충 계산을 해보니 단편소설을 끝내고 세네 번? 정도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셨던 것 같다.

어쩌면 그보다 많을지도 모르겠지만.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지 못하면 집에 와서 물을 끓여서 커피를 마셨다.

그냥 지나칠 수는 없고 집에서라도 커피를 끓여서 나에게 작은 보상을 해주었다.      


사실 뭐, 평상시에도 커피를 마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를 끝마치고 나서 마시는 커피는 그 맛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기분만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하여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잔은 나에게 그동안 수고했어, 그리고 다음번에도 잘 부탁해, 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에게 주는 일종의 당근일지도. 그렇다면 싸게 먹히는 당근이 아닐까 싶다.     




어제도 한 편의 단편소설을 끝내고 저녁식사 후에 우리 부부가 가끔씩 들리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서 공원 의자에 앉아 마시기로 하고 밖에 나갔다.

그런데 한파특보가 발령이 되었다고 하더니만 날씨가 봄 날씨가 아니었다.

얼굴에 닿는 바람이 너무 찼고 강했다.

조금 더 보태자면 이미 세탁해서 넣어 둔 패딩이 생각이 날 정도였다.

4월에도 꽃샘추위가 있다고 한다면 꽃샘추위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날씨였다.  

    

이런 날씨에 밖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아니었다.

커피 맛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추워서 어서 집에 가고 싶은 생각밖에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어제도 나는 집에서 커피를 끓여서 마셨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앞에 놓고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커피타임을 즐겼다.      


예전에는 글을 쓰고 나서 아내에게 대략적인 이야기를 해주었었는데 요즘에는 제목만 이야기하고는 다른 말은 일절 하지 않는다.

나중에 글을 읽을 때 아무런 얘기를 듣지 않고 글을 읽는 것이 무슨 내용일까? 더 궁금하고 재미가 있으며 몰입이 된다는 아내의 말에 그렇게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놓쳤지만 다음번에는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를 마시며 나에게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작은 보상을 줄 것이다.

이로써 또 한 편의 짤막한 소설이 탄생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고 아내가 읽어보지 않았지만 또 한 편의 소설을 썼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미래의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기를 나는 오늘도 꿈꾼다.

누군가가 내 이름으로 출간한 책을 들고서 내가 쓴 글을 읽는 그날을.

부디 끝까지 재미있게 읽어 주기를.     


아,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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