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도 어느덧 그 나이가 되었다

2019년 겨울

by 자작가 JaJaKa

세월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는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어느새 이렇게 늙어버렸다고 말하던 한 노인의 인터뷰가 생각이 난다.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그런 말이 조금씩 그 의미가 이해가 가는 것을 보면 나도 나이가 먹어가고 있구나를 느끼게 한다.


나를 포함하여 우리 모두가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고는 한다.

언제 내가 이렇게 나이가 들었지? 언제 시간이 이렇게나 지나가 버렸지?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느새 나이가 들어버린 나 자신을 마주할 때 그때의 느낌은......

어릴 때는, 젊었을 때는 나이가 먹는다를 것을 잘 몰랐다.

언제나 청춘이고 언제나 젊을 줄 알았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지냈다.

언제까지나 그런 체력이, 그런 젊음이 계속될 줄 알았다.

한창나이인 20대에 얼굴에 기름이 좔좔 흐르는 지금의 내 나이인 40대나 50대의 아저씨들을 보면 그런 생각을 했었다.

얼마나 더 건강해지려고 저런 것까지 먹나 하는 생각. 얼마나 더 오래 살려고 저렇게까지 하나 하는 생각.

그때 나는 몰랐다. 그 나이가 되어봐야 알게 되는 것을.

내가 예전에 아저씨라고 생각하던 그 나이가 되어보니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 당시의 그분들이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 노력한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건강을 잃지 않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런 노력을 했다는 것을.

물론 간혹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기는 한 것 같다. 스테미너를 위해 눈살을 찌푸리는 일도 서슴없이 하고 별의별 것을 다 먹는 분들도 있는 것을 보면.


예전에 읽은 책에서 이런 글귀를 본 적이 있다.

아메리칸 인디언은 남에 대해 함부로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모카신이라고 불리는 상대방의 신발을 신고 10킬로미터였던 것 같은데 아무튼 먼 거리를 걸어서 다녀오지 않고서는 상대방에 대해 함부로 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상대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말을 하는 것을 경계했다고 한다.

알면 알수록 본받을 점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다.




40대가 넘어가면서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는 것이 느껴졌다.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피부로 와닿는 순간이 많아졌다.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생기는 여러 가지의 고통을 겪으면서 언제부터인가 나 스스로가 몸에 좋다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찾게 되었다.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매일 꿀을 한 숟가락씩 먹는다. 그리고 토마토, 당근, 사과를 갈아서 한잔씩 먹는다. 견과류가 좋다고 해서 매일 조금씩 먹는다.

최근에는 아내의 동료가 생강과에 속하는 울금 또는 강황이라 불리는 가루로 나온 제품을 매일 물에 타서 먹는데 아주 효과가 크다는 얘기를 듣고 와서 우리도 먹어보자는 말을 해서 주문을 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지다 보니 도움이 된다고 하면 귀가 솔깃해지고는 한다.

친구 중에 한 명도 체력이 예전만 못하고 건강 또한 자신할 수 없다고 하면서 뭐라도 도움이 된다고 하면 일단 산다는 말을 했다.

두 가지의 건강보조제를 비롯해서 종합비타민제를 매일매일 먹고 있다고 하면서 나에게도 자기가 먹고 있는 것을 권하기도 했다.

꿀이나 토마토나 당근을 갈아먹는 걸로는 턱도 없다고 하면서 잘 생각해보라는 말을 들었다.

자기도 다른 사람에 비하면 적게 챙겨 먹는 거라는 말을 하며 다른 사람들은 건강에 관해서 훨씬 더 많이 챙겨 먹는다는 말을 했다.


그 당시만 해도 나는 그만하면 됐어,라고 말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건강을 위해 뭔가 더 챙겨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우리 나이 때의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떨어지는 체력과 약해져 가는 건강을 위해 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건강보조식품을 먹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20대에는 몰랐던 젊음이나 체력, 건강이 영원할 줄 알았던 것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지금의 40대인 내 나이에서 50대, 60대를 보며 지금은 모르는 그 나이 대에는 이런 것들이 있구나, 하는 것을 그 나이가 되면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때는 지금의 나의 나이가 참 좋았을 때였구나, 하고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을까 하며 가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돌아보면 어느 순간 휙 하고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보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지금의 나이에도 이렇듯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면 이런 느낌이 드는데 더 나이가 먹어서 초로의 노인이 된다면 그때 느끼는 느낌은 도대체 어떤 느낌일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고 그 나이가 되어봐야 알게 되는 일일 테니깐.


시간이 흘러서 나도 어느덧 주름지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나이가 되었을 때, 다른 노인들처럼 같은 얘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

언제 세월이 이렇게 흘렀을까.

인생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라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 자신에게 주는 작은 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