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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May 26. 2022

이 오징어는 뭐냐?

무료한 주말 오후를 보내던 중이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각자 지정석 소파에 앉아 하릴없이 휴대폰을 하고 있었지요.

그러던 와중에 저쪽 편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내는 무슨 방송 기사를 보는지, 유튜브 방송을 보는지 휴대폰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습니다.     


“현빈은 늙지를 않아. 여전히 이렇게 멋있고 말이야. 공유는 잘 생긴 건 아닌데 참 매력이 있단 말이야. 조인성 얘는 군대 갔다 온 뒤로 좀 나이가 든 티가 나네. 옛날에는 참 멋있었는데.”     


그러다 갑자기 우리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아마 저는 아내의 중얼거리는 소리에 잠시 시선을 그쪽으로 돌린 것 같고 아내는 왜 제 쪽으로 시선을 돌렸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시선이 마주쳤을 때,

아내가 저를 향해 “이 오징어는 뭐냐?” 하고 말을 내뱉었습니다.  

   

아마도 아내의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보낸 것 같습니다.

순간 아차 싶었는지 당황한 아내는 입을 다물었고 저도 할 말을 잃은 채 잠시 멍했던 것 같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순발력 있게 바로 대응을 했을 텐데,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말로 이런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든 부드럽게 넘겼을 텐데, 요즘에는 그게 잘 되지가 않네요.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각자가 하던 일을 마저 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당황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것도 같습니다.

‘오징어라. 왜 오징어라는 표현을 했을까? 오징어가 어떻길래.’     


그날 저녁이었나, 그다음 날이었나 식사 중에 아내가 저에게 미안했는지 아니면 기분을 풀어주려 했는지 저를 달래는 말을 했습니다.

“자기는 잘 생긴 건 아닌데 호남형이야. 잘 생긴 것보다 호남형이 더 좋은 건 알지? 잘 생긴 얼굴은 금방 질리거든. 그리고 자기는 키도 크고......”

아내의 이야기는 그 후로 조금 더 이어졌습니다.     


저는 제 맞은편에 앉은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봤습니다.

쫑알쫑알 거리는 얼굴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이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당신은 곰돌이 같아.’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저는 아내와 다르게 입 밖으로 이 말을 내지는 않았지요.

그저 아내가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내 앞에 웬 곰 한 마리가 앉아서 중얼중얼 거리는 모습을 상상하긴 했지만요.     


그나저나 왜 저보고 “이 오징어는 뭐냐?”라고 했을까요?

오징어가 어떻길래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오징어와 마른오징어 중에 어떤 오징어를 떠올리며 말을 했는지도 궁금하네요.

     

“이봐, 당신. 현빈이나 공유, 조인성이 당신 등 가려울 때 등판을 긁어 줄 것 같아? 그럴 사람은 옆에 있는 나라고. 당신이 이 오징어는 뭐냐,라고 말한 나라고.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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