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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Jul 15. 2022

나도 잠 좀 자자

옆에서 아내의 코 고는 소리가 낮게 들린다.

잠들기 전에 아내는 나에게 오늘은 당신 먼저 잠들 때까지 안 잘 테니깐 당신 먼저 자, 라는 얘기를 했는데 그 말을 하고 난 뒤 30초도 지나지 않아 아내는 코를 골고 있다.

이봐, 내가 잠들기 전까지 안 잔다며?      


사실 지금 아내가 코를 골며 자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나도 알고는 있다.

1년 전을 생각하면 말이다.

그 당시 아내는 갱년기 우울증으로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하루에 두세 시간밖에 자지 못한 아내는 늘 피곤해있거나 굉장히 예민해져 있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지금 이렇게 잘 자는 아내의 모습에 내심 감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아내의 코 고는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은지라 어떻게든 내가 잠들기 위해 코 고는 아내를 살짝 옆으로 밀어서 잠시라도 코를 골지 않게 한다.     


똑바로 누워 잘 때면 코를 많이 골기 때문에 옆으로 자게끔 내가 손으로 밀고는 하는데 처음에는 내가 미는 대로 잘 돌아눕더니 어느 때부터인가 어깨에 힘을 팍 주고 버티면서 돌아눕지 않거나 에이 씨, 라는 말과 함께 여러 가지 짜증이 섞인 말을 내뱉고는 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침에 일어나서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을 못 한다는 것이다.     


아내는 나는 괜찮으니깐 코를 골면 언제든지 옆으로 자게끔 나를 밀어도 돼,라고 말을 하는데 막상 잠자리에 들어서 옆으로 밀라치면 화를 내거나 자신의 손으로 내 손을 밀쳐내고는 한다.   

 

왜 자는 사람을 자꾸 건드려? 어? 잠 좀 자게 내버려 두지 않고 말이야.     


아내의 짜증이 섞인 말을 들으면 잠이 더 달아날 때도 있다. 물론 아내를 깨우기 싫지만, 곤히 잘 자는 아내를 그냥 내버려 두고 싶지만 나도 자야 하기 때문에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조심스레 아내의 어깨를 민다.

    

전에는 윗집 소음 때문에 이어 플러그를 끼고 잠을 잤는데 지금은 아내의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이어 플러그를 끼고 잔다. 이어 플러그가 코 고는 소리를 완전히 차단해 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다.  




물론 나도 코를 골고 이도 간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내도 그 소리가 거슬렸는데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졌는지 전혀 거슬리지 않게 되었다고 하는 아내는 나에게 왜 당신은 그러지 못하냐, 나는 이제 익숙해졌는데,라고 눈을 부릅뜨고 얘기하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없다.

내가 예민한 걸 어쩌리.     


예민한 나는 잠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요 몇 달은 더욱 그렇다.

나도 누우면 바로 잠들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되는데 오늘도 아내는 옆에서 어서 자, 빨리 자, 나도 자게, 라는 말을 하는 것이 나에게 더 부담을 주는 말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가 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내의 코 고는 소리는 더 커졌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비염이 있어서 숨 쉬기가 편치 않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나도 자야 하겠기에 오늘도 우리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계속된다.     


이봐, 임자.

나도 잠 좀 자자.

옆으로 밀 때 화 좀 내지 마.

상처받는단 말이야.     


의사 선생님이 했던 말 기억 안 나?

나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옆에서 잘해주라고 했잖아.     


뭐라고?

누구 한 명이라도 잘 자면 되지 않겠냐고?

그게 할 소리야?     


눈꺼풀이 무거운 나는 오늘도 잠을 청하려 눈을 감는다.

옆에서 아내가 마음속으로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하고 숫자를 세,라고 낮게 읊조린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아내를 옆으로 밀면서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나도 잠 좀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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