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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가 JaJaKa Jul 27. 2022

아내의 한 마디

아침 6시, 대충 옷을 갈아입고 호수공원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새집을 지은 머리는 등산모자로 대충 눌러쓰고요.

최근에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어서 너무 좋습니다.     


특히 걸을 때는 숨이 가빠 오고는 하는데 마스크를 벗고 걸으니 숨 쉬기도 좋지만 자연의 바람을 그대로 코로 들이마실 수 있어서, 나무 냄새나 주위의 풀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느끼지 못하던 호사라고 해야 할지.     


5월 말인데 벌써 햇살이 따갑게 느껴져 우리는 가급적 그늘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걸었습니다.

호수에서는 이른 시간에 유유히 카약을 즐기는 분도 보이더라고요.

양손으로 천천히 노를 저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먼저 걸으러 나오신 분들을 따라 걷다가 숨이 찰 때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마스크와 등산 모자를 벗은 저는 손을 씻기 위해 욕실 앞에서 아내가 손을 씻고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손을 씻던 아내가 물비누를 짜기 위해 고개를 들어서 거울을 보던 그때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을 보더니 밑도 끝도 없이 이 말을 내뱉더군요.

“근데, 누구셔?”     


아마 땀도 흘린 대다가 등산 모자를 쓰고 걸은 터라 머리가 눌리고 제멋대로 헝클어져서 헤어스타일이 조금 엉망이 된 것 가지고 “누구셔?”라니.

어허, 아침부터 이런 식으로 나오시겠다? 정작 자신의 모습은 생각도 안 하고......

그 말에 제가 바로 맞받아쳤지요.

“그러는 아줌마는 뉘신지?”     


제 말을 들은 아내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씻지도 않은 얼굴을 쳐다보다가 혀를 쏙 하고 내밀고는 잠시 뻘쭘해진 얼굴로 요리조리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더군요.

모자에 눌려 축 가라앉은 머리, 땀으로 번들거리는 얼굴, 이마에 둘러붙은 몇 가닥의 머리카락, 자기가 보기에도 조금 민망했는지 얼른 수건에다가 손을 닦고는 저를 살짝 밀치면서 욕실 밖으로 나갔습니다.   

  

저는 짐짓 쿨한 척 어깨를 으쓱하고는 손을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고 그렇게 끝이 나는가 싶었는데 제 등 뒤로 아내의 한 옥타브 정도 낮게 쫙 깔린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네가 말한 그 아줌마가 바로 니 와이프다.”     


손을 씻는데 그 아줌마가 바로 니 와이프다, 라는 아내의 말이 왜 그리 두렵게 느껴지는지 저는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잘 모르겠더군요.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인데 목소리 톤 때문이었는지 조금은 무섭게 들렸던 것 같습니다.    

  

“그 아줌마가 니 와이프다.”

지금 떠올려 봐도...... 맞는 말입니다.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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