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자작가 JaJaKa
Aug 10. 2022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자기를 만나고 싶어.”
산책을 하다가 아내가 저에게 한 말입니다.
어쩌다가 이 얘기를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아내는 다시 태어나도 다른 사람이 아닌 저를 만나고 싶다고 하네요.
보통 TV 방송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새로운 사람과 살아보고 싶지 굳이 살아봤던 사람이랑 다시 살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왔는데 아내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궁금해서 아내에게 다른 사람하고 새롭게 살아보고 싶지 않아?라고 물어봤더니,
어차피 이 남자나 저 남자나 다 똑같다고 본다면 그래도 살아봤고 익숙한 사람이 낫다고 하네요.
사람이 말이야,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순간 잠깐 동안이지만 어깨가 으쓱 올라갑니다.
기분은 좋았지만 저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아내의 얘기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기쁘고 고마운 얘기인데,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이 사람의 본심이겠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할까요?
왜 이렇게 의심이 많아졌나 모르겠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도 될 텐데.
아내가 저에게 당신은? 하고 묻습니다.
진짜 목적은 여기에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얘기를 들었으니 이제 너도 얘기를 해줘야지, 하는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는 아내에게 대답했습니다.
“알잖아,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거. 그래서 누구를 다시 만나거나 그럴 수가 없다고.”
내 얘기에 발끈한 아내가 언성을 높였습니다. 마치 속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뭐야? 그걸 말이라고 해?”
“나는 정말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하는 말이야.”
뭔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던 아내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이 다시 태어날 수밖에 없다고 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건데?”
듣고자 하는 대답을 들을 때까지 물러날 생각이 없나 봅니다.
“음, 그렇다면...... 당신을 만나야지. 당신만 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제야 제 대답에 만족한 아내는 마치 내가 이런 사람이야, 하는 표정을 지으며 가뿐한 발걸음으로 산책을 이어나갔습니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같은 배우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과 아니, 난 절대, 티끌만큼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로 의견이 나누어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하는 데로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