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5-051
1
날이 덥다.
장마가 끝나면 모기가 슬슬 나타나기 마련인데, 날이 워낙 덥다 보니 모기가 알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던가 아니면 태어났다가 더위로 말라죽었던가 했나 보다. 밤이 되어도 모기가 나타나지를 않는다. 날이 더워서 좋은 점도 있구나 싶다.
2
얼마 전에 낡은 분식집에 들어가서 쫄면을 시켰다.
허름한 집은 유서가 깊은 맛 집이라고 누가 그랬는가, 혼내주고 싶다.
새콤함도 쫄깃함도 없는 짠 양념장과 퍽퍽한 면으로 된 쫄면을 먹고 화가 났다.
제대로 된 쫄면을 내가 직접 만들어 먹겠노라 생각했다.
쫄면용 면을 사가지고 들어온 날, 나는 스리슬쩍 혼자 해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예정에 없이 어머니께서 "네가 만든 쫄면으로 저녁밥을 해결하자."라고 턱 말씀하시고는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모두 눈빛으로 내게 요리하기를 강요하셨다. 어쩌겠는가. 요리를 시작했다.
기왕 만드는 것 제대로 만들겠다고 달걀도 삶고, 상추도 썰어놓고, 방울토마토도 반으로 갈라서 얼음과 함께 면 위에 올려놓았다. 미리 만들어 놓은 양념장도 얹어서 완성, 한 그릇씩 앞에 놓아드리니 두 분, 말없이 드신다.
"얘는 요리하면 먹겠끔 만든다니까."
우리 어머니의 칭찬은 잘 들어봐야 칭찬인 줄 안다.
맛있다고 하시면 되는데 어렵게 말씀하시는 게 어머니표 칭찬의 특징.
3
아버지는 나와 10가지를 겨루면 8가지를 이길 수 있다고 하셨다.
그렇게 말씀하시며 당신과의 내기로 등산을 하자고 하셨다.
매일 3시간씩 산을 타는 아버지와 등산 내기를 하면 내가 질 게 뻔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하나는 등산 내기하고 그다음엔 그림 그리기로 내기해요. 그다음엔 옷 만들기, 다음엔 글쓰기, 핸드드립, 책 읽기, 실로 바늘귀 꿰기...."
내게 유리한 몇 가지를 주르륵 나열했다. 애초에 체력전만 생각하셨던 아버지는 예기치 않게 내가 기술전을 제시하자, 잠시 황당해하시다가 곧 크하하! 웃으셨다. 나도 웃었다.
4
날이 덥다.
낮에 더위로 지친 몸을 밤에 잠자면서 회복시키는 것 같다.
아직 열대야가 오지 않아서 지금까지는 밤이 선선한데... 아 걱정이다.
몸이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더위만 허락하고 싶다.
그러니, 더위, 너 어~~오지 마~아~(홍진영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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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건 추위와 더위,
배고픔과 목마름을 견디지 못하고
불쾌한 일을 참고 이겨디는 힘이 없다면,
그는 결코 인생에서의 승리자가 될 수 없고,
그런 사람은 결코 빛나는 명성을 얻을 수도 없다.
-간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