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정신을 위해

시즌5-049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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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가 오고 기분이 나쁘지 않은 이런 날, 주저리주저리 토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토로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저 마음뿐이었다.

토로해봐라, 말해봐라, 들어주겠다, 하고 판을 깔아줘도 사실 무슨 말을 뱉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




2


열망과 의지가 마음 한가득인 줄 알았는데 못지않게 비관과 무력감도 함께 공존하고 있다.

서로 주먹을 날리고 엎치락뒤치락, 내 마음의 중심을 차지하려 고군분투한다.

아까는 무력감이 이겼나 보다. 내 마음이 한없이 무력했다.



3


그렇다 한들, 다른 것들이 가만있을 리는 없다. 다시 엎치락뒤치락한다.

비밀은 아니지만, 나는 마음 중심에 열망과 의지를 두는 비결을 알고 있다.




4


그것은 마음 중심에 열망과 의지를 두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밥을 든든히 먹는 것이다.




5


농담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

만약 비관과 무력감을 마음 중심에 두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역시 그렇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시 밥을 먹어야 한다.

밥을 먹으면 사람이 너그럽고 긍정적이게 되어 자연스레 열망을 중심에 두고 싶어 한다.

가끔은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다.

수년을 비관과 무력감에 방치되었다면 그 사람은 밥을 먹어도 열심히 살아보려고 먹는 게 아니라 비관과 무력감을 즐기기 위해 그냥 밥을 먹는 것일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비관적인 사람을 제외하곤, 보통의 경우 의욕, 열정 같은 것을 마음의 중심에 두고 싶어 한다.

다시 말하지만 밥을 먹어야 한다.




6


'밥심으로 산다'라는 말이 옛 어른들의 말씀인 것 같았다.

그런데 점점 그 말을 절감하게 된다.

배고픈 상태에서는 작업을 하다가도 진이 빠져서 멈추게 된다.

배가 고프면 상승하던 의욕 그래프가 팍 꺾여 하향한다.

배가 고프면 짜증이 나고 만사가 흐릿해지고 귀찮아진다.

무력감이 마음을 덮치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으로 볼 때, 나는 그야말로 밥심으로 사는 것이었다.

밥을 먹어야 정상적으로 의욕이 마음을 지배하게 둘 수 있으니까 말이다.




7


방송에서는 맛 집, 맛있는 음식, 먹방 방송이 수두룩하다.

그다지 먹는 것 자체를 즐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송에 보이는 음식이 얼마나 푸짐하고 먹음직스럽던지 음식에 덤덤한 나마저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 때문에 밥때가 아닌데 밥을 먹지는 않는다.

내가 밥을 찾을 때는 너무 의욕이 바닥을 칠 때이다. 그때는 스스로 점검해본다.

내가 배가 고픈가? 하고.





8


요즘에 못 먹고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안 먹고사는 사람은 많다, 주로 다이어트 때문에.


몸이 날씬하고 예쁜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심한 다이어트 때문에 사는 게 재미없다면 그건 문제라고 본다.

건강하게 운동하고 식이요법 해가면서 체중관리를 해야 하고 마음에 '왜 이러고 사나?'싶은 의문이 든다면 맛있게 밥 한 그릇을 먹으라고 권하고 싶다.




9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라는 말이 있듯이

건강한 정신을 위해 건강한 한 끼,라는 말을 주장하고 싶다.




10


아까는 무력감이, 지금은 의욕이 중심을 차지했다.

밥을 먹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던 토로는 내가 의욕을 잃었다가 다시 찾으면서 해결되었다.

나는 무력해서 칭얼거리고 싶었던 것인데 의욕을 찾으면서 하소연할 필요가 없어졌다.


만사형통,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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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우리 모두가 늙은이나 젊은이나 남자나 여자나 모두 진실로 돌아가서,

일할 때나, 식사할 때나, 마실 때나, 놀 때나, 눈을 떴을 때나,

언제든지 그리고 마침내 육체가 진실과 혼연 일체가 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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