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5-062
1
날씨가 추워졌다.
얼마 전, 재킷을 입고 외출했다가 일을 본 후 곧바로 경로원에 갔다.
어르신들 뜸을 떠드리다 보면 쑥뜸 연기가 발생하고, 온몸이 연기에 절여지게 된다. 봉사활동이 끝나면 옷에 연기 냄새가 배어 들므로 나는 재킷을 벗어서 경로원의 다른 공간에다 두고 들어왔다. 재킷을 벗은 나를 보고 어르신들이 한마디씩 하셨다.
"오우~ 역시 젊어."
"청춘이지."
"안 춥나 보오."
이게 건강미가 넘쳐서 그런 말씀하시는 게 아니라 티셔츠 때문이었다.
급하게 외출하느라 그냥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대로 입었는데 그 티셔츠가 반팔이었다.
어차피 재킷이 좀 두툼해서 상관없겠거니 하고 입고 나왔다가, 경로원에서 팔을 드러냈더니 위와 같이 말씀들 하신다. 어르신들은 기본적으로 긴팔에다 조끼나 카디건을 겹쳐 입으셨다. 그 차림새가 과함이 없었다. 날이 추워서 적절한 차림새였다. 그런 어르신들과 나란히 있다 보니 내가 너무 헐벗은 느낌이더라. 그다지 춥지는 않았지만 반응이 그리 열렬하니 머쓱해져 버렸다.
"급하게 나오는데 옷이 없어서요."
씩 웃으며 넘겼다, 집에 가면 긴팔 꺼내놓겠다고 다짐하며.
2
한 강좌를 들으러 갔다.
내 옆자리에 늘 앉으시던 분이 한동안 안 나오시다가 오랜만에 나오셨다.
반가워서 이래저래 안부와 건강 상태를 묻는 등, 질문을 마구 던졌다.
정말 그분의 근황이 궁금했으니까.
원래 건강이 안 좋은 분인데 이번에 병원에서 뇌 정밀 검사를 받아보자고 하더란다.
아프신 건 다리나 허리인 줄 알았는데 뇌라니?
그분 왈,
"이번에 신경 쓸 일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았더니, 그래서 뇌가 그런가 봐."
이야기를 듣다 보니 뭔가 큰일이 있으신 것 같았다. 말씀하시기 뭣하신지 에둘러 직면한 상황만 말씀하시길래 더 물을 수가 없었다.
"힘드셨나 보다.. 그래도 누가 다치거나 아프신 건 아닌 거죠? 그럼 괜찮죠, 뭐."
그렇게 말한 건, 사람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게 뭐 있겠어요, 하는 약간의 위로와 격려로서 건넨 말이었다. 그런데 슬쩍 털어놓으시는 그분의 상황은.... 정말 스트레스를 극치까지 찍게 하는 엄청난 상황과 상태였다.
뭐라 말을 해도 위로가 안되겠고, 슬며시 그분 손을 잡아드렸다.
식당에서 해물된장찌개에 곁들여 나온 불고기 반찬이 지지리도 맛이 없어서 화가 났던 것,
주문한 상품이 택배 과정에서 부서진 채 도착해서 짜증이 났던 것,
새벽에 밥도 없고 라면도 없어서 배가 고픈 나머지 예민해졌던 것.
요즘 나를 스트레스받게 했던 일들이다.
내가 식당 반찬, 택배 상품과 라면의 부재로 스트레스받을 동안, 누군가는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한 번에 무더기로 받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뭔가, 참 그렇다. 나로서는 그저, 지인에게 좋은 일이 생기길 기원해본다.
3
요즘 과자를 엄청스레 먹고 있다.
사 와서 먹고, 주문배달해서 먹고.
근데 살이 빠지고 있다.
언제부터 빠졌는지도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 4kg이 빠져서 주목하다가 매일 몸무게를 재봤다.
이제는 총 9kg이 빠졌다.
보는 사람마다 "빠졌네, 무슨 일 있어? 왜 빠졌어?"라고 묻는다.
나도 왜 빠졌는지 모른다.
예전에 '아내의 노후 체형을 알려면 장모님의 체형을 봐라. 장모님과 같아진다.'라는 말이 있었다.
어머니의 체형이 후덕하면 딸의 체형도 그러하게 되고, 어머니가 마른 체형이면 딸도 나중에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는 엄청 마르셨다. 안 그래도 아담하신 분인데 마르시니까 완전 '쪼끄마'하시다. (어머니 죄송.)
살이 갑작스레 빠지니, 내가 '어머니 체형을 닮아가는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너무 마르면 체력이 약해져서 별론데.
살이 빠지는 상황이라, 유후! 과자를 좀 더 먹어도 괜찮을 듯.
그건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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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의무이며, 또한 사회에 대한 의무이다.
- B.프랭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