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근처에

시즌5-063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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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잠시 외출하느라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 '000 작은 도서관'이라는 간판을 봤다.

우리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집에서 출발해서 3분이 채 걸리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 뭔가 가슴이 두근거렸다.




2


일단 외출한 이유가 있었으니 볼일을 보러 갈 길을 갔다. 그리고 1시간 뒤 돌아오는 길에 그곳을 들러봤다.

건물 3층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도서관은 한적하고 조용했다. 슬며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여자 사서 분이 있었다. 기척을 내기 전에 작은 외침이 들려왔다.


"아! 아후! 놀래라..."


아무도 없는 도서관에서 홀로 유유자적 책을 읽고 있다가 어느새 들어온 나를 발견하고 놀라신 것이었다.


"아.. 죄송해요.. 기척을 낼 걸 그랬나 봐요."


"아니에요."


사서 분은 머쓱하게 웃으셨다.

나는 궁금한 걸 물었다.


"저쪽 작은 도서관처럼 여기도 책나래 서비스(상호대차 서비스)가 되나요?"


"네, 돼요."


가슴이 설렜다.




3


예전에는 구립 도서관을 제법 자주 갔었다. 그러나 거리도 좀 멀고, 책을 빌리러 오가기도 번거로워서 점점 도서관 방문이 뜸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작은 도서관의 존재를 알게 되고, 상호대차 서비스를 발견하고 나서는, 근처의 작은 도서관에서 그 서비스를 이용해 책을 빌렸다. 책 대여와 반납이 훨씬 간편하고 손쉬워졌다.

그러나 게으른 져니, 그 작은 도서관 가는 것도 귀찮아졌다.

분명 구립 도서관보다는 가깝지만 그래도 먼 느낌이었다.

어느덧 작은 도서관의 출입마저도 뜸해졌다.




4


져니, 공상을 했다.


져니의 집은 초등학교 바로 앞.

그 초등학교가 망해서 그 자리에 도서관이 건립되는 공상을 했다.

집 앞이 도서관이면, 일어나서 고양이 세수하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슥 가서 책 읽다가, 배고프면 집에 돌아와서 밥먹고 난 후, 다시 슥 도서관 가서 공부하고...

차비, 외식비 안 들고, 화장품, 의류비 덜 신경 쓸 수 있는 이런 환경이면 얼마나 좋을까....


무슨 정신 나간 소리냐! 재학 중인 초등생들 어쩌고 망하라고 하느냐!

이런 원성이 들려오는 것 같다.

공상이라고 하지 않았나.

심지어 공상 속의 초등교는 내 모교다. 나라고 없어지길 원하겠는가.

그냥 진짜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던 것이다.

이런 공상을 되게 자주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3분 거리에 작은 도서관이 떡 하니 발견되었다.

오우! 브라보!





5


책 2권을 빌리고 나오면서 사서님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다음부턴 노크하고 들어올게요~"


"아니, 아니에요. 제가 그냥 놀란 건걸요. 그냥 들어오세요."


져니, 낯가리는 성향인데 굳이 미소 지으며 처음 본 사서 님에게 저렇게 말한 것은, 앞으로 정말 열렬하게 이용할 생각이어서, 굉장히 자주 볼 사이가 될 테니 잘 지내야겠다는 나름의 의중이 있었게 때문이었다.




6


신이 나서 김 여사님께 주민센터에 있던 작은 도서관이 근처로 이전되어 왔다고,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고, 흥분해서 열광적으로 말했다.

김 여사 님은 갸웃하더니 말씀하셨다.


"주민센터 새로 짓는다고 하더니만 잠시 이전해뒀나 보군. 다 짓고 나면 그때엔 새 건물로 이전하겠네."


이게 무슨 말씀?

그럼 건물 짓는 동안, 한 1~2년 동안만 여기에 있고 다시 저쪽으로 가버린단 말인가?




7


사서님에게 인사하고 나온 그 순간부터 이후 5시간 동안은 기분이 좋았다. 정말 근래에 드물게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

빵 반죽 부풀듯이 기쁜 감정이 커져가다가, 김 여사님과 대화하고 나서 부풀던 것이 푹 꺼졌다.

1~2년 뒤의 슬픔을 미리 겪는 듯, 막 마음이 우울해졌다.


때로는 진실을 모를 때 행복하다는 말이 있는데, 김 여사님이 너무 이른 시기에, 적나라하게 진실을 말해주셨다.

김 여사 님 , 미워!





8


그래도 뭐. 당분간은 가까이 있는 이 작은 도서관을 '내 서재가 여기다.'라고 여기며 드나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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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할 때 당신은 항상 가장 좋은 친구와 함께 있다.


-시드니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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