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이야기 18

시즌5-098

by 배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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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머니 입술에 까만 티끌이 묻어있길래 떼어드리며 농담을 했다.


"혼자 뭐 드셨나 봐요."


그랬더니 어머니가 푹 웃으신다. 그 웃음이 이상해서 물었다.


"정말 뭐 드셨어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좀 더 크게 웃으신다.


"아빠가 져니한테는 말하지 말자고 하고 둘이 먹었는데. 귀신같이 알아요."


"뭐 드셨는데요? 깨? 묵? 뭐예요?"


"글쎄... 묵."


어머니는 그렇게 대답하시며 또 웃으셨다. 도토리묵은 그 즈음에 나도 먹었었기에, 별로 숨길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어머니는 계속 웃으시며 말해주실 생각을 안 하셨다. 져니를 놀리시는데 재미 붙이신 것 같았다.



저녁밥을 먹고 어머니는 상자하나를 냉장고에서 꺼내어 주셨다.


"한꺼번에 다 먹지 말고 나눠서 여러 번에 걸쳐 먹어."


블루베리였다. 블루베리가 상자째 가득이었다.

작년에도 이맘때쯤 부모님 지인 농장에서 몇 상자 구입하셨는데 올해도 철이어서 몇 상자 사셨나 보다.

블루베리 열매는 크기가 작다. 한 알 먹어서 맛도 잘 안 나고 해서 좀 많이 씩 입안에 털어 넣어 먹었는데 그러다 보니 금세 먹게 되더라. 작년에 그렇게 마구 먹던 져니의 모습을 기억하시는 부모님은 아마도 '져니가 알면 순식간에 다 없어질 거야.'라고 생각, 한 번에 많이 먹어서 탈 날까 봐 걱정이신 듯했다.

요즘 져니의 체중이 다시 조금씩 늘고 있어서 자중하는 때이긴 하다. 그렇지만 블루베리 열매는 작고 한알 먹어도 위에 기별이 안 가니 다시금 한 움큼씩 집어먹게 된다. 이쯤에서 생기는 의문.


왜 블루베리는 수박만 하지 않을까?






2


갑자기 급작스레 선물을 받았다.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터에 기습적으로 받게 된 선물이라 처음엔 고마운지 어쩐지도 몰랐다.

거기에 그 선물을 사용하려면 부가적으로 몇 가지 구입해야 하는 물품이 있었다.

날이 더운데 나가서 매장을 찾아 돌아다니며 물품을 구입하다 보니 힘이 들어서 기분도 저조했다.

전화 걸어 물품을 구했나 물어봐 주는 지인에게 다소 불친절하게 굴기까지 했다. (허물없는 사이라지만, 져니가 미쳤었나 보다.)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하니 미안하고 고맙다.

필요할 것 같으니까 얼른 검색하고 비교하고 선택해서 값을 치른 후 잘 받았는지까지 살펴주는 그 과정은 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그걸 생각하니 되게 고마웠다.







3


선물을 준 지인에게도 고맙고, 탈 날까 봐 블루베리 나눠먹으라고 하시는 어머니도 감사하다.

그리고 수박만 하지 않아서 블루베리에게도 감사..를......

져니는 예쁘고 착하고...

날은 춥고 한 여름 나무는 단풍이 배고프냐.....


감사함을 표하려니 왠지 쑥스러웠던 져니의 아무 말 대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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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감사만큼 아름다운 지나침은 없다.


-라 브뤼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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