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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Dec 14. 2019

자잘한 이야기 07

시즌6-015






1


내가 듣는 강좌의 앞 시간에 수업을 하는 남자 선생님이 있는데,

스웨덴 사람으로 알고 있다.

여름에 수업을 끝내고 나오는 그를 보면 늘 청바지에 반팔 차림이었다.

별로 이상할 게 없었는데 요즘도 그는 반팔을 입고 있다.

"앞 시간 선생님은 안 추운가 봐요. 겨울인데 반팔 차림이네요."

이런 나의 말에 한 수강생은 말했다.

"스웨덴 겨울이 얼마나 추운데요. 한국의 겨울이 겨울 같겠어요."

듣고 보니 그렇기는 하다.






2


두 번째 작업물을 검수 보냈다. 문자로 담당자에게 잘 도착했음을 확인받았다.

검수가 끝나기까지 짧게는 2달~3달이 걸린다.

그 사이에 다음 작업물을 만들어놔야겠다.

좀 쉬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는데,


놀면 안 돼, 놀면 안 된다고! 어서 일해!

죽으면 평생 잘 수 있어, 지금은 잠 그만 자!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뚱이, 편히 놔두지 말고 움직여!


내 스스로 저렇게 닦달하고 있다.

자기 계발서의 폐해인지 아니면 내 스스로 의욕이 너무 많아서인지 헛갈린다.

확실한 건, 실력이나 기술이 늘어날 여지가 있고,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는 것이다. 

배우고 익히는 게 나는 대부분 즐겁더라. 





3


영어 학원의 내년 상반기 수강생 모집 기간이다.

기존의 수강생들은 출석률로 다음 학기 수강 등록 우선권을 주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

나는 현재 출석률 100%.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좋기는 하다.

근데 사실 결석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차로 학원까지 데려다주시겠다는 데 거기에 대고


'오늘은 날이 찌뿌둥하니 가기가 싫어요. 안 갈래요. 졸리니 더 자야겠어요.'


라고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 아버지는 나를 차에 태우고 운전하시면서 말씀하셨다.


"(가끔만 태워주려 했는데,) 이제는 안 데려다주면 마음이 불편하고 뭔가 잘못한 거 같더라니까."


나는 교통 편을 제공해주시는 아버지의 마음 씀씀이를 의식하며 실망시키지 않으려다 보니 차를 타야 했고, 

때문에 출석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의 저 불편한 마음은 나의 마지못한 꾸준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학원 간다는데 귀찮다고 안 데려다주기는 미안하셨던 것이다.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문제이다.

나는 아버지가 데려다주신다니까 안 간다는 소리 못하고 출석했고, 

아버지는 공부하러 가겠다는데 안 데려다주는 건 미안한 일이라서, 

그런 걸 알고 나니 나는 정말 결석하면 안 될 것 같고, 

아버지는 꼬박꼬박 데려다줘야 한다는 마음에서 차를 끌고 나오시고...


덕분에 출석률 100%.

수강 등록 우선권을 받을 것 같다.

이 영광을 아버지와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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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일정표에 적힌 우선순위가 아니라 

당신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스티븐 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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