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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an 18. 2020

자잘한 이야기 08

시즌6-020






1


새해를 잘 출발했고 구정은 다가오는 터이니 또 하나의 새해를 한번 더 출발할 기회가 있다.

그런 사실을 느끼고 있어서인지 요즘 내가 자꾸 일을 벌이고 있다. 

순조로이 잘 진행되면 내 삶 속에 하나의 전환점으로 표시될 일이고 아니어도 여러모로 궁리하고 도전하는 내 행동을 칭찬할 꺼리가 생기는 일이다. 

새해 새 기분으로, 당사자인 나는 아주 긍정적 일을 벌이고 있는데 부모님은 초기 결과부터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하신다. 

콜라 김빠지 듯, 부풀었던 내 마음에서 무언가가 푸쉭 빠져나갔다.




2


일을 진행하려면 새벽 4시 반에는 일어나야 한다. 

내가 잠이 많다. 어머니는 수면부족을 견딜 수 있겠냐, 고 일어나는 것부터가 벌써 어렵지 않느냐고 '팩폭'을 하신다. 

거기서 내 기세가 죽었다. 아닌 게 아니라 내가 잠이 많아서 여러모로 힘들다. 몸이 피곤하면 더 오래 자야 피곤이 풀린다.

주 6일을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오후까지 계속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물으시는데 말문이 턱 막혔다. 

건강하다고 자부하지만 곱게 잘 먹고 잘 자야 건강하지, 조금만 무리하면 기분이 가라앉고 입맛도 떨어져서 굶는 게 부지기수이다. 

굶으니까 다시 힘이 빠지고.. 악순환의 전개가 일어나니, 그걸 막는 대책은 잠을 푹 자는 것. 

때론 하루의 양질의 잠이 밥보다 더 중요하기도 했다.


그걸 인식하고 나니 정말 내가 무리한 일정을 짰구나 싶었다.

슬며시 1 안을 버리고 2 안을 준비했다. 그 사실을 아신 어머니는 2안이 더 어렵다고 그냥 하던 일을 하라고 하신다.

후우.... 올해는 초반부터 부모님의 걱정 어린 반대에 휩쓸리는구나.

일단 2 안을 위해 서류를 작성했다. 있는 글빨, 없는 글빨, 밑바닥부터 잔뜩 끌어올려 다 불러 모아 온 힘을 다해 2안 서류를 작성했다. 

서술 작성란에는 호감을 얻기 위해 유머를 구사해 넣었고, 신뢰감을 위해 자세한 상황을 적어 넣되, 약간의 궁금증을 주기 위해 시시콜콜하게 다 써넣는 것은 자제했다. 

서류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아직 업체 쪽에서는 이멜을 열어보지 않았더라. 언제 확인할지 모른다. 

이제는 기다리는 것만 남았다. 

괜히 심장이 쫄깃해지는 기분이다.





3


어머니 아버지 두 분의 생신은 며칠 간격으로 붙어 있다.

오빠와 언니의 생일도 며칠 간격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결국 힘든 건 나다.

선물을 준비할 때  당연히 한사람 선물 준비할 때보다 2배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조금 편한 것은, 부모님 선물은 건강식품 위주로 해드리면 대체로 좋아하신다는 걸 알았다.


오빠 언니의 생일 선물은 올해 처음 마련한다. 이 두 분도 생일이 붙어있어서 고민이었다. 

젊은 사람들이니 건강식품과는 다른 것이 더 좋으리라 생각되었고 그 때문에 나는 각기 색다른 두 가지 품목을 골라야 했다. 

이 고민이 12월 초부터 시작해서 최근까지 계속되었다.

당최 뭘 사야 할지 몰라서 오빠에게 "뭘 사줄까?" 물어보니 "필요한 거 없는데."라고 해서 동생을 난감하게 한 오빠를 어렵사리 용서한다. 

결국 품목 모델명과 물품 사진을 함께 보내어 "이거 사줘."라고 꼭 짚어서 말해줬기 때문에 용서할 수 있었다. 

동생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적절한(?) 물품을 요구했기에 더욱 너그러이 이해해줄 수 있었달까.


언니 선물은 더 신경 쓰였다. 같은 여자니까 대충 좋아할 만한 걸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모르겠더라. 

머리끈, 팔찌, 장갑, 티(tea) 등등 여러 가지를 물망에 올렸다가 고민 끝에 엉뚱한 데서 예기치 않게 뭐 하나를 구입했다. 

내보기엔 예쁜데 과연 언니가 좋아할지 모르겠다.

참.. 뭐랄까.. 이것도 심장이 쫄깃하구나.... .





4


새해 다이어리가 확보되었다. 아버지가 구해다 주신 다이어리가 5권. 

속지 구성이 마음에 드는 것은 1권뿐이었지만 나머지 다이어리도 쓸모는 많다.

작년 한해 내 취미는 '다이어리에 계획 적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이어리를 숱하게 적었다. 

마스킹 테이프 붙여가며 신나게 꾸미고 놀았는데 어찌나 다이어리 쓰는 게 좋고 재미난지 나도 모르게 한순간, 


"다이어리는 사랑입니다."


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올해는 얼마나 재미나게 쓰고 붙이며 놀지 기대된다.


선뜻 다이어리 가져다주신 아버지 지인분들께도 감사한다.

아버지도 아버지 지인분들도 모두 복받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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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항상 선물이며, 언제나 기적이다. 


-안젤름 그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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