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6-055
1
요즘 [드라큘라]를 읽고 있다.
드라큘라 영화는 여러 버전으로 익히 봐왔지만 소설 원작은 처음 접한다.
책 소개 페이지에 여러 번 영화화되었지만 원작에 충실한 것은 거의 없다고 하길래, 상상력은 뛰어난 소설이지만 이야기 구성은 재미가 없어서 영화화하며 재구성해서 찍었나?,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는 없지 않았다. 외려 재미있기도 했다.
그러나 여름에 [드라큘라] 이 책을 읽으려고 선택한 것은 무섭기를 바라서였다.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다. 무섭지가 않았다.
좀 더 몰입해서 읽으면 무서우려나?
꼼꼼히 읽어내려갔다. 그러고 나서도 무섭지가 않았다.
친구에게 하소연했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무섭지가 않다, 고 기대가 어그러져서 실망한 투로 친구에게 투덜거렸다
친구는 그냥 큭큭 웃고 말았는데, 나는 정말 좀 실망감이 컸다.
그 당시 [드라큘라](상)을 다 읽고 (하) 권을 읽기 시작해야 했는데 이렇게 무섭지 않으면 (하) 권을 굳이 읽는 게 의미 없다 싶었다.
읽기 시작했으니 끝은 볼까, 해서 계속 읽었다. (하) 권을 처음 읽은 그날 밤 나는 꿈을 꾸었다.
창밖에 새가 퍼득거리는 게 느껴지고, 눈앞에 다섯 명의 남자가 보였다.
잠에서 깨어 생각하니 그 새가 박쥐였을 것 같고 다섯 남자가 소설 속 오인방 같았다. 그렇게 따지자니 나는 소설 속 여자 '미나'였다.
현재 [드라큘라](하) 권 75%를 읽었다. 앞으로 25%의 남은 분량에서 극심한 공포를 느낄 것 같지는 않지만, 안 무섭다고 투덜거리면서 꾸역꾸역 다 읽는 걸 보면, 그러면서 꿈까지 꾸는 걸 봐선, 이 책이 인상적이긴 한가보다.
첫 부분 읽을 때는 없었던 기대감이 끝부분에 가까워지면서 새삼 생겨나니 말이다.
2
추석 연휴다.
달도 보름달, ET 아니면 드라큘라가 나타날 것 같은 밤이다.
ET야, 나타나지 말아. 손가락 마주침을 할 수 없단다.
코로나로 접촉을 피해야 하니까, 너는 푸대접 받는다고 상심하지 말아.
드라큘라야, 너는 나타나지 않는 편이 좋아.
혹여 코로나 확진자의 피를 빨았다가 너도 확진귀가 될지 모르니 말이야.
3
생각해보니.... 현실 앞의 코로나라는 위험 때문에, 상상 속의 드라큘라의 위험은.. 별게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것도 같다.
그래서 책 내용이 안 무서웠나?
꿈에는 나왔는데.... 그럼 그건 뭐지? 안 무서운 건가 무서웠던 건가?
에라, 모르겠다. 인상적이긴 했다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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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위험은 위험을 피해 가는 것이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시대에서
위험을 피해 가는 전략으로는 반드시 실패한다
- 마크 주커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