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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Nov 07. 2020

올해의 핵심 단어

시즌6-060




1


가을 모기가 극성이다.

나는 별로 거슬리는 걸 못 느끼겠는데 아버지는 극도로 예민해져 계셨다.


"천지가 모기야. 밤에 잠을 못 잤다니깐. 어제는 자다 깨다 하면서 9마리나 잡았어. 이것들이 나 있는 안방으로만 오는 것 같아."


과장 좀 보태서 아버지는 치를 떠셨다.

평소에 아버지는 안방으로 모기가 몰려든다며 오가실 때 방문을 꼭꼭 닫으셨다. 그러던 분이 요번 어느 날 안방 문을 활짝 열어놓고 계셨다.

모기 들어올까 봐 질색하시던 분이 어째서?


"모기 들어오라고 열었어. 모기를 안방에다 모아서 한꺼번에 죽여야겠어. 너 약국 가서 모기향 좀 사와라."


모기를 함정에 빠뜨려 몰살하겠다는, 마치 군사 전략을 펼치시겠다는 모습이셔서 웃음이 났다. 

모기가 아버지 작전처럼 순순히 안방에 다 모이겠나, 모기와의 전쟁에서 아버지가 이길 수 있을까, 결국에는 몇방 물리시지 않을까,  웃음이 나오는 것과 별개로 좀 회의적으로 보였다. 

나는 약국에 가서 모기향을 사 왔고 아버지는 작전에 돌입하셨다. 모기약, 향을 안방에 잔뜩 살포하셨다. 

모기 죽이려다 독한 모기약때문에 아버지 명이 짧아지는 건 아닐까 걱정되더라.



다음날, 아버지는 생존해 계셨다.

아침을 드시면서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확실하게 거의 다 죽었나 봐. 모기가 없더라니까. 세상 살 것 같다."


간밤에 모기와의 전쟁에서 1승을 거두셨나 보다.


그다음부터의 전쟁 승패는 가늠하기가 어렵다. 

날씨가 추워져서 모기가 갑자기 다 사라졌다.


아, 깜짝이야.

그렇게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모기 한 마리가 앵~하면서 날아오른다.

소름이 쫙 끼친다. 손뼉을 치듯 모기를 잡으려 했다. 그냥 겁줘서 쫓으려 했던 것뿐인데, 어쩌나.... 잡혀버렸다.

날씨가 추워지니 맥이 빠진 모기들이 날개 힘이 없어서 피하지도 못하나 보다.

모기야, 올해는 그만 보자, 잘 가, 안녕~




2


이제 11월이다.

한 해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올 한해 자잘자잘 스토리를 업로드하면서 제일 많이 언급된 이야기는 [코로나]였다. 

의도하고 쓴 건 아닌데, 일상을 주제로 쓰다 보니 코로나 사태에 처해있는 상황이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있었다.

2월까지만 해도 곧 끝나겠지, 6월 지나면서 곧 거리두기가 끝나겠지, 8월이면 코로나도 주춤하겠지,라고 생각했었고 그 이후 10월이 지나고 11월이 오도록 코로나 사태는 끝이 나지 않았다.

져니는 원래 집순이인데 그런 집순이도 코로나 때문에 외출 자제 요구가 10개월에 이르르자 코로나 블루 비스무레한 게 생기려고 한다.

상황으로 봐선 올해가 넘어서도록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것 같고 꼬박 1년을 채워서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외출 자제 등을 해야 할 것 같다.

새삼 펜데믹 이전이 얼마나 찬란한 세상이었는지를 느낀다. 집순이라지만 가끔 콧바람 쐬는 행복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얼른 안정성 있는 백신이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매년 연말이 되면 나만의 10대 사건을 정리해왔는데 올해는 별달리 10대 사건이랄 게 없다. 

그게 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었더니 큰 사건이 안 생겨서 그렇다. 달리 10대 사건이랄 게 없고 그냥 [코로나 사태]라는 큰 사건 하나 아래 하위 사건으로 10개를 헤아리는 게 빠를 것 같다.


아무튼 [코로나]는 올 한 해를 설명하는 핵심 단어이다.

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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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들이 계속 모여서 위대한 일들이 이루어진다.


-빈센트 반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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