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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an 30. 2021

섭섭해

시즌6-072





1


전자책을 켜고 책 한 권을 골라 읽기 시작했다. 

읽다 보니 경고음이 들려서 뭔가 싶었다.

배터리가 14% 남았으니 충전을 요한다는 경고음이었다.


3시간 읽었는데 배터리 80%가 소모되었다고?

전자 잉크는 전력소비가 얼마 안 된다고, 그래서 오래간다더니, 참내.

책 한 권 읽을 정도를 견디지 못하다는 걸 알게 되니.... 뭔가... 섭섭해.





2


국간장과 진간장의 차이를 간과했다.

이번에 소스를 만드는 데에 진간장을 1/3 컵 넣어야 했는데 찾으니 안 보여서 그냥 국간장 1/3컵을 넣었다.

그랬더니....... 우후! 세상에, 너어무 짰다. 그 짠맛을 죽이려고 다른 것들의 용량을 늘여 넣었더니 조금 먹을만 해졌다. 

하지만 하자 있는 소스가 그만큼 늘어나서 그걸 처치하려면 한동안 주야장천 그 소스의 요리를 해 먹어야 할듯하다. 스스로에게 말했다.


져니야, 요리를 그렇게 띄엄띄엄 대충 하면 쓰겠니? 섭섭해.





3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자꾸만 내가 작업 규모를 크게 만들고 있음을 깨달았다. 

처음엔 자세한 게 좋으니까 그렇게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내가 작업 감수에 통과하기 위해 규격에 맞는 작업물을 만들려고 규모를 크게 하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그러고 보니 이 즈음 작업이 재미없었다. 

놀 수는 없고, 성실은 해야겠고 해서, 쉬지 않고 작업을 했으나 자꾸 지치고 지루했다.


이럴 때 초심을 운운하는 게 옳다.

애초에 즐거워서 작업을 시작했는데, 자꾸 규칙과 감수를 의식하느라 스스로 재미없는 일을 하게  놔둔 격이었다. 

작업 규모를 키우지 않기로 했다. 마구마구 작업을 해나갔다. 그리고 마무리 작업을 했다. 

규격이 안 맞아서 감수 대상도 안되게 되었지만 후회 없다. 

마지막 부분을 작업하며 스스로 즐거워서 키득키득 웃었는데, 진심으로 행복했다.


나는 다음 작업을 위해 잠시 휴식에 들어갔다.

하지만 초심을 찾은 터라 얼른 작업하고 싶어서 지금 안달이 난 상태이다.

밥 이외의 주전부리도 찾지 않은 채 새 작업을 구상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 식욕이 나에게 말했다.


작업 구상이 먹는 것보다 좋아? 섭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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