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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Feb 27. 2021

이월

시즌6-076





1


손목에 통증이 있다.

찌릿찌릿하고 뻐근한 게 아무래도 터널 증후군의 전조가 아니겠나 싶었다.

원인은 장시간의 컴 사용 때문.

손목 쿠션과 팔목 보호 밴드를 구입했다.

사용해보고 있는데 일단 위약 효과는 느낀다.

내 팔목을 위해 신경 쓰고 있다,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라는 마음이 플라세보효과가 되는지 일단 통증은 잠잠하게 가라앉았다.




2


그러나 사실, 작업을 완성하고 몇 주간 쉬는, 자체적 휴식기였다. 

휴식기의 손목은 편하고 안전하게 잘 쉬고 있었으므로 달리 보조 도구가 없었어도 통증은 잠잠해졌을 것 같다.

하지만 운동선수가 경기를 위해 몸을 만들듯이, 나도 일을 위해 내 손목을 강건하게 만들어 놓아야 했다.

안 그랬다간 한창 작업 중에 소름 끼치는 찌릿한 손목 통증에 심기가 불편해진 나머지 '에라이! 안 해!'라며 마우스를 던져버릴 수도 있다..... (는 것은 거짓말이다. 소심해서 못 던진다.)

흠.. 심기가 불편해도 해야 할 건 해야 하니까 붙들고 꾸역꾸역 해나가겠지만 정말 그 시큰한 기분이 너무 별로다.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엔 손목 관리 잘 해서 무사히 작업을 완성해 봐야겠다.





3


매달 한 번, 부모님께 요리를 해드리겠다고 다짐했었다.

이번 달은 그 메뉴를 '찜닭'으로 정해뒀다.

장을 봐와야 하는데 당최 외출하기가 싫어서 어머니께 닭 12호를 한 마리 사 와달라고 부탁드렸다.

그걸 기다리다 2월이 다 가고 있다. 정 기다리기 싫으면 내가 나가서 사와도 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번 달에 설이 있었기에 어머니께서 이런저런 고기 요리를 많이 하셨었다. 갈비, 삼겹살, 꽃게, 고등어 등등.. 

설 명절이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이런저런 고기반찬을 많이 하셨고, 평소 우리 집은 고기반찬이 많은 식단도 아니었기에, 설 이후에는 소화하지 못한 고기가 많이 남아있었다. 

그러니 어머니로서는 더 이상의 고기반찬거리를 사 오기엔 심적으로 버거우셨던 것이다. 


이거 참, 요리를 해드리려고 해도 뭐가 안되네. 

그렇다면 메뉴를 바꾸면 되지 않느냐고?

안될 말이다(단호).

집안에 있는 재료 다 체크해서 구해야 할 부재료 구비하고, 유튜브로 레시피 숙지하고 영상을 돌려보며 여러 번 반복 학습했단 말이다. 

이게 말이 쉽지, 생각보다 시간과 품이 많이 든다.

아... 저번 달 요리를 성공적으로 잘 해놔서 이번 달에 단단히 준비했는데... 바꾸라니... 안될 말이닷!(단호)

어쩔 수 없다. 야심작 찜닭은 다음 달로 이월~.





4


근데 감자와 고구마 썰 때에도 팔목이 찌릿 시큰 거리면 어쩌지?

장기 업무에 시달려서 생긴 터널 증후군이 일상사에도 영향을 미쳐 범사에 고통을 준다면...?

아파서 죽겠는데.... 나는 프리랜서라 어디 소속된 곳도 없고..... 그럼 순직 처리는 안되니까 죽지는 말아야겠다.

악착같이 요리 잘 해서 맛나게 먹고 힘내야지!

어쨌든 찜닭 요리는 다음 달로 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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