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져니 Apr 03. 2021

자잘한 이야기 21

시즌6-081






1


좀 좋은 일이 생겼다. 기분이 좋았다. 약간 흥에 겨워 목소리 억양과 어조가 밝아졌는데 부모님이 그 변화를 알아채시고 그러신다.


"신났네, 신이 났어."


마치 사탕 생겨서 좋아하는 아이를 보신 듯한 어투시라서 나는 그만 웃고 있다가 또 웃고 말았다.




2


화장품이 떨어져갔다. 어머니는 50% 세일한다는 중저가 화장품 숍의 광고 메시지를 보고 매장에 가셨다.

거기서 내 화장품 세트와 아버지 화장품 세트를 구입해오셨다.


"네 껀 거기서 가장 비싼 걸 사 왔다. 그건 세일도 30% 밖에 안 하더라."


"아버지 껀요?"


"아빠 껀 50% 세일하는 거 사 왔어. 네 아빤, 얼굴 안 당기기만 하면 되니까, 지금 쓰는 거랑 똑같은 거, 싼 거 사 왔어."


어머니가 화장품을 사러 가시기 전에 사소한 일로 아버지와 살짝 티격태격하셨는데, 그 일의 영향이 있었을까, 싼 거 사신 것에? 


내가 여자라서 배려 받은 것임을 안다. 

그저 내 마음대로 해석해보자면 나에 대한 어머니의 애정은 비싼 것에서 30% 세일한 가격만큼.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애정은.. 싼 것에서 절반을, 50%를 팍삭 깎은 값만큼.


흠... 아버지 분발하세요.




3


어느 택배사에서 메시지가 와서 깜짝 놀랐다. 뭘 시킨 게 없는데 택배가 어쩌고저쩌고.. 스팸? 피싱 수법인가? 


별생각을 다했는데 낯익은 이름이 적혀있었다. 새언니 이름이었다.

언니가 오렌지를 보낸 모양이었다. 

일단 안심했고 고마웠다. 부모님과 나 생각하고 골라 보내주니 기뻤다.

오늘 밤에 도착 예정이란다. 내일 후식은 오렌지가 되겠군.


오렌지 조아, 오렌지 조아, 오렌~지 조아! 오렌지 조아! 조아~! 조아!


세상에 없는 노래를 지어 부르며 환호하고 있다.

나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오렌지를 좋아한다.

새언니 맛나게 먹을게요, 고마워요~!


매거진의 이전글 따로 또 같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