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6-081
1
좀 좋은 일이 생겼다. 기분이 좋았다. 약간 흥에 겨워 목소리 억양과 어조가 밝아졌는데 부모님이 그 변화를 알아채시고 그러신다.
"신났네, 신이 났어."
마치 사탕 생겨서 좋아하는 아이를 보신 듯한 어투시라서 나는 그만 웃고 있다가 또 웃고 말았다.
2
화장품이 떨어져갔다. 어머니는 50% 세일한다는 중저가 화장품 숍의 광고 메시지를 보고 매장에 가셨다.
거기서 내 화장품 세트와 아버지 화장품 세트를 구입해오셨다.
"네 껀 거기서 가장 비싼 걸 사 왔다. 그건 세일도 30% 밖에 안 하더라."
"아버지 껀요?"
"아빠 껀 50% 세일하는 거 사 왔어. 네 아빤, 얼굴 안 당기기만 하면 되니까, 지금 쓰는 거랑 똑같은 거, 싼 거 사 왔어."
어머니가 화장품을 사러 가시기 전에 사소한 일로 아버지와 살짝 티격태격하셨는데, 그 일의 영향이 있었을까, 싼 거 사신 것에?
내가 여자라서 배려 받은 것임을 안다.
그저 내 마음대로 해석해보자면 나에 대한 어머니의 애정은 비싼 것에서 30% 세일한 가격만큼.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애정은.. 싼 것에서 절반을, 50%를 팍삭 깎은 값만큼.
흠... 아버지 분발하세요.
3
어느 택배사에서 메시지가 와서 깜짝 놀랐다. 뭘 시킨 게 없는데 택배가 어쩌고저쩌고.. 스팸? 피싱 수법인가?
별생각을 다했는데 낯익은 이름이 적혀있었다. 새언니 이름이었다.
언니가 오렌지를 보낸 모양이었다.
일단 안심했고 고마웠다. 부모님과 나 생각하고 골라 보내주니 기뻤다.
오늘 밤에 도착 예정이란다. 내일 후식은 오렌지가 되겠군.
오렌지 조아, 오렌지 조아, 오렌~지 조아! 오렌지 조아! 조아~! 조아!
세상에 없는 노래를 지어 부르며 환호하고 있다.
나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오렌지를 좋아한다.
새언니 맛나게 먹을게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