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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ul 24. 2021

콩국수

시즌6-097







1


어머니가 며칠 전부터 식사를 잘 못하셨다.

의치가 맞닿는 부분에 염증이 생겨서 저작을 할 수가 없으셨다. 게다가 내시경 검사를 앞두고 음식 조절을 해야만 해서 드실 수 있는 음식이 얼마 없었고 그래서 한 이틀 정도를 거의 굶다시피 하셨단다.

나는 그 사실을 오늘 알았는데... 참..

부모님을 사랑하는 척은 다 해놓고 막상 상황을 알지도 못하고 배려나 방법을 강구하지도 못했다고 생각하니...

죄송스럽다.




2


검사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드신 제대로 된 음식은 콩국수였다.

이 여사님은(어머니의 지인분) 댁에 놀러 가신 우리 어머니의 상황을 아시고는 급하게 콩국수를 만들어 어머니 앞에 내어주셨고 그걸 드시고 기력이 좀 생기신 모양이었다. 게다가 이 여사님은 집에 가서 콩국수 해먹으라고 콩물을 2L 가량을 담아주시기까지 했다.

이 여사님이 딸보다 낫다. 감사하다.




3


어머니는 오전 나절 텃밭의 오이를 따서 냉장고에 넣어놓으셨다.

점심때가 되자 끓는 물에 국수 면을 삶아 건져 그릇에 담아놓고 송송 채 썰은 차가운 오이를 얹은 후 그 위에 콩물을 콸콸 쏟아부었다. 그런 뒤 소금 종지를 식탁에 내어 올려놓으셨다.

이 여사님 표 콩물에 우리 집 텃밭의 어머니표 오이가 합쳐서 우리 집 콩구...가 아니고

'가정집 콩국수'가 완성되었고 맛은 훌륭했다.




4


우리 어머니 지금 바쁘시다.

화분의 식물들이 더위로 잎사귀들이 축 처져 있자,


"쟤네들이 이렇게 축 처져서 물 달라고 한다, 애."


...라고 고개를 한쪽으로 꺾으시며 쳐진 잎을 표현하시며 물 주러 가셨다

마임 공연을 하셔도 될 법.


기운 하나도 없으시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생생하시니 보기 좋다.

가정집 콩국수가 어머니의 생기에 도움을 준 듯. 이 여사님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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