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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져니 Jul 31. 2021

아버지의 가능성

시즌6-098






1


일반 전등을 LED등으로 교체해야 했다.

아버지는 전에도 해본 가락이 있으시니 당신이 교체하시겠다고 하셨다.

날도 덥고 의자가 낮아서 천정에 손을 뻗어 닿으려면 한껏 팔을 뻗어야 해서 힘들 수밖에 없는 작업이었다.

그냥 기술자분에게 의뢰하면 될 일을 굳이 굳이 당신이 하시겠다고 한다.


문제는 아버지가 그렇게 등을 교체하실 때 내가 보조를 한다는 사실이다.

등을 갈아야 하는 곳은 에어컨도 없고 이날따라 바람도 불지 않아 덥디 더웠다.

아버지는 스툴 하나에 몸을 유지하고 올라서서 등을 교체하기 시작하셨다.

근데, 이게 정말 해본 가락이 가락이라고 이전보다 훨씬 능숙하게 교체하셨다.

아버지의 목덜미에서 땀방울이 또르르 배까지 흐르는 것이 보였다. 비지땀을 흘리시면서 전선을 분리한 후 나사를 풀러 장치를 떼어내시고 다시 역순으로 새 장치와 전선을 정비한 뒤 스위치를 켜니, 거짓말처럼 불이 번쩍 켜졌다.

총 40분쯤 걸렸다. 스위치 상태와 전등 상태를 확인하는 것 빼고 교체 시간만 따지면 딱 20분 만에 교체가 이뤄졌다.

이렇다 보니 나는 시작 전까지만 해도 더위에 승질(성질)이 났는데 아버지의 향상된 실력을 보며 우리 아버지의 역량이랄까 가능성을 보며 감탄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2


동시에 '아버지를 전기산업기사 자격증에 도전하시라 격려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아버지는 할 수 있어요.

아버지 인생에는 정년이 없어요.

아버지 새로운 도전을 하세요.

아버지 새 수입이 생기면 저 용돈 두둑이 주세요.

아버지 파이팅!'


...라고 말이다




3


근데... 우리 아버지 70세 넘으셨는뎅.

좀 그렇겠지?




4


아버지, 지금처럼 건강히 계셔주세요.

쏴랑해요. 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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