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져니 Jul 17. 2021

어머니는 도깨비

시즌6-096






1


어머니께서 방 침대에 돗자리를 펼쳐주셨다.

작년 여름에도 사용했던 돗자리이다.

작년, 여름철이 다 가고 서늘해질 때 어머니는 각 침대의 돗자리를 다 거둬가서 보관하셨다.

나는 가끔 뭔가 찾을 때 집 곳곳의 자투리 창고를 살펴보는데 한 번도 지나치듯 돗자리를 발견한 적이 없었다. 선풍기 한두 대는 봤었는데 말이다.

당최 어디에 보관하셨다가 가져온 것인지 궁금하다.




2


전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요리라는 것도 주방을 잘 알아야 하고 또 자신의 살림살이가 있을 때 주권이 생긴다는 취지의 글을 쓴 적이 있다.

나는 어머니가 잘 사용하지 않으시는 새로운 소스와 재료를 사들여와 일종의 주방 주권을 쬐끔 차지했는데... 가끔, 내 살림살이라고 사놓은 것들조차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머니께 여쭤보면 "아, 그거, 안 쓰는 것 같길래 저쪽에다 놨지."라고 하시며 슥 내어주신다.

참... 어머니께 무슨 죄가 있겠는가? 내가 사용을 안 해서 치워두신 것뿐이니 말이다.




3


다만, '우리 어머니는 도깨비'라는 설을 제기하고 싶다.

분명 마술 자루가 있어서 그 안에다가 살림살이를 쟁여두시고 필요할 때마다 가져오시는 것 같다.

집 공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비누 세트, 샴푸 세트, 교자상 큰 거 2개, 선풍기 4대, 롤 휴지 보따리 등... 분명 그 큰 것들을 어머니는 어디선가 꺼내셨던 것 같은데 나는 못 찾겠더라.

여기서 나의 의심은 확신이 된다. 우리 어머니는 도깨비....

가만... '도깨비'라 하면 '방망이'가 알짜배기지.

어머니에게 애교를 부려서 '주세요.'할까?

연습을 해봐야겠군.


'아앙아아앙~ 도깨비 방마이 주세염~'


좀 약한가?


'아아앙아앙~~ 도때디 당마이 두데염~'


훌륭해! 이 정도면 목석도 녹아내리겠어.




4


당장 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연습을 더 해서 귀여움이 농익을 때가 오면 해야지. 훗.






매거진의 이전글 예측불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